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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강서구청 연극동아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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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강서구청 연극동아리반

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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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아! 아∼."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1동 문화의 집 지하 강당. 남녀 아홉명이 배에 손을 대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벌리고 소리를 내세요. 자신감이 있으면 모든 게 예뻐보입니다."

입 벌리는 게 시원치 않다며 강사의 채근이 뒤따랐다. 서울 강서구가 운영하고 있는 연극동아리의 목요일 실기시간. 현대무용 하듯 2시간여 뛰고 구르고 도는 신체훈련을 하느라 벌겋게 상기된 이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무대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한 몸동작을 표현하기 위해선 몸 만들기가 기본.

"집에 가는 길에도 차가 없는 골목에선 터닝 연습을 하세요. 연습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다음주에 보면 금방 압니다."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부담스런' 숙제를 주었다.

동아리 반원은 모두 14명. 지난달 수강생을 모집해 이달 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화요일 연극 이론공부, 목요일 실기. 앞으로 두달 동안 기본적인 대본연습과 발성, 신체훈련으로 연극의 기초를 다진다.

이곳에서 처음 만났고 아직 채 한 달이 안됐지만 함께 소리지르고 뛰면서 부대낀 덕에 분위기는 스스럼이 없다. 제일 막내는 군대를 제대하고 아직 복학하지 않은 스물세살의 임수권씨. "제일 연장자가 저보다 27살 많은데 그냥 누나라고 불러요."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연극 프로그램인데 어련하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반원들의 진지함이나 강서구의 적극적 지원은 기성 극단이 무색할 정도다. 강서구는 올해 연극 동아리 운영에 1,000여 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내년 초 이 동아리를 중심으로 구립극단을 만들 계획이다. 구립극단이 창단되면 1997년 강동구에 이어 두번째다.

반원들은 학창시절 연극을 했거나 주부극단 등에서 아마추어 연기자로 활동했던 사람이 대부분. 이들에게 연극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주부 김영인(43)씨는 "공동작업을 통해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연극을 정의한 뒤 "연극을 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명희(43)씨는 "주부들이 돈이 많아서, 시간이 남아서 심심풀이로 연극이나 한다는 선입견이 가장 싫다"며"연극은 남편이나 자식에 얽매인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나를 떳떳하고 당당하게 만든다"고 연극의 장점을 설명했다. 동아리 반원이면서 10년째 아마추어 주부극단 활동을 하고 있는 조은정(38)씨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웬만한 일에는 분노하지 않게 된다"며 "교도소나 사회시설등에서 봉사공연을 하면서 소외된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연극 예찬론을 폈다.

이들의 연기 지도는 연출가 송미숙(45)씨가 맡고 있다. 극단 예삶의 상임 연출가로 '붓다를 훔친 도둑' 등 30여편을 무대에 올린 그는 "의지와 열성이 기성 연극인보다 더 뜨겁다"며 "열심히 하면 중년배우가 부족한 대학로 연극가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힘껏 발성 연습을 하고 있던 주부 정영신(48)씨는 "꼭 구립극단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민도 있다. 반원 14명 가운데 여성이 12명으로 남녀 불균형이 극심해 공연에 애를 먹을 정도다. 그래서 5월말까지 남성을 중심으로 단원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라고. 송씨는 "연극을 쑥스러워하는 남성이 많은데 연기를 해보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며 " 남성들도 선입견만 버리면 내면의 자질을 맘껏 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는 반원을 20여명으로 늘린 뒤 7, 8월 연습 공연을 거쳐 10월께 정식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우수 동아리 반원은 구립극단의 중심 연기자로 활동하도록 할 방침.

강서구는 조례를 제정해 구립극단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 영 구청장은 "강서구는 지리적으로는 서울의 변두리지만 주민은 변두리 주민이 아니다"라며 "연극을 통해 문화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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