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고영구 국정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국회 정보위와 한나라당을 직접 공박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검증하면 그만이지 국회가 임명하라 말라 한다", "추경도 안한다는데 그것을 볼모로 하겠다는 것","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서 색깔이나 씌우고…"라는 등 정치적으로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그만큼 불만의 수위가 높다는 뜻이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화를 낸 이유는 국정원을 정상화해 이를 통한 권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국정원 개혁의 진심을 국회가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적임자로 고 국정원장을 내세운 것인데 국회 정보위와 한나라당이 이를 평가하기는커녕 색깔공세로 상처를 내려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의 진노에는 국회 정보위의 민주당 의원마저 '새 정부 흠집내기'에 동조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민주당 구주류가 해도 너무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남대 개방과 발 맞춰 여야 대표를 초청하는 등 '상생(相生)의 정치'를 강조해 온 노 대통령이 정국 경색을 예상하면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번 사안이 개혁의 원칙과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과 국회가 갖는 권한의 경계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개혁과제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에 대해선 언제든 할 말은 하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청문회 따로, 임명 따로'의 상황이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제도적 취지에 어떻게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정면돌파 기조는 내주 초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국정원 후속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때문에 국회 정보위로부터 더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의 기조실장 기용 강행설도 흘러나온다.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은 25일 "서 교수가 여전히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면서 "장점도 많은 양반"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해외 업무를 담당하는 1차장에는 이영길 핀란드 대사, 대북 업무를 맡는 3차장에는 서영교 대북전략국장, 서훈 대북전략국 단장 등이 거론된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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