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중 3자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8,000여개의 사용후 핵 연료봉 재처리를 거의 완료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25일 일제히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미국 언론들은 미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리근(李根) 수석대표가 3자 회담 첫날인 23일 미국 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A2·3·4면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날 서울을 방문한 켈리 차관보와 협의를 마친 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1,2개 갖고 있다는 상정 하에 북한 핵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고 말해 향후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이 3자 회담에서 미국측에 새로운 제안을 내놓은 사실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북측이 제안한 이상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도 "켈리 차관보로부터 회담 결과를 상세히 들었다"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이라면 한반도비핵화선언과 국제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워싱턴 포스트는 리 대표가 "우리는 이 핵무기를 폐기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핵무기 보유에 대해) 물리적으로 입증(physical demonstration)할지 그것들을 이전(transfer)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뜻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BC 방송 등은 이 같은 언급이 핵무기를 실험하거나 수출 또는 사용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CNN 방송은 "리 대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안보보장문서에 서명한다면 북한이 핵개발 계획 폐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NBC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과거의 협박 게임으로 회귀했다"며 "북한과 세계에 미국이 협박당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北京) 3자 회담에서 우리는 조선반도 핵 문제의 당사자들인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내놓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이 이날 내외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표와 북한의 리근 대표가 리자오싱(李肇星) 중국외교부장과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 주선으로 25일 오전 댜오위다이에서 만나 3자간 외교채널 유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베이징=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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