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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국가 경영

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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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지음·김승욱 옮김 경영정신 발행·2만 3,000원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는 1979년부터 11년 동안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영국을 이끌었다. 그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굳은 신념에 기반을 둔 정책으로 쇠락해가는 영국을 치유했다는 평가와 함께 가장 존경받는 정치가로 꼽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국인들이 가장 미워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해 출간된 이 책에 대한 반응도 그렇게 둘로 갈라질 것 같다. 한쪽에서는 구구절절 맞다고 동의하고, 한쪽에서는 완고한 보수주의자의 위험한 논변이라고 반발할 것 같다.

9·11 테러 직전에 초고가 완성된 이 책은 오늘날 세계 정세에 대한 대처 식의 진단과 처방을 담고 있다. 그는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세계화 대 반세계화, 민족주의 대 국제주의, 이른바 '불량 국가'의 처리 등 국제 현안을 다루면서 특히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옹호하고, 유럽연합을 관료주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군비 삭감, 전쟁 반대, 환경 보호, 반세계화 등을 부르짖는 좌파의 주장을 반자본주의·좌익 이상주의라고 맹공한다.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계속해야 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국은 결코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의 인권 상황 개선 압력을 높이라고 요구한다. 중동 정세를 다루는 장에서 그는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는 이 지역에 평화도 안전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지금, 대처의 예언이 들어맞을지는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또 화학탄두와 장거리 미사일을 생산하는 시리아, 핵무장을 추진하는 이란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발언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공격적이다. 김정일이 주체사상을 수정하고 외국의 식량 원조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국민이 아니라 병사들을 먹이기 위해서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판매를 완전히 포기하도록 최대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원조를 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25일자 한국 언론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시인했다는 CNN 보도를 전하고 있어 대처의 이러한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처는 "우리의 자식과 손자들을 위해 지금 우리의 성취를 확고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경계를 늦추지 말고 강한 힘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책 서문에서 9·11 테러에서 드러났듯 세계는 여전히 위험한 곳이며, 오직 힘만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대처를 싫어하는 이들이 특히 읽어볼 만하다. 그의 생각을 지칭하는 '대처리즘'이 요즘 미국 부시 행정부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흐름의 원조인데다, 그의 주장이 막무가내로 언성만 높이는 게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 근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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