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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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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반다나 시바 지음고대사회의 대표적 약탈물은 식량이었다. 현대사회에 이르며 눈에 보이는 식량 약탈은 사라졌지만 방법은 더욱 교묘해졌다. 인도 태생의 세계적인 환경 사상가이자 운동가인 반다나 시바가 쓴 '누가 세계를 약탈하는가'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세계 식량 공급을 통제하고 약탈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이뤄지는 자유 무역체제는 다국적 기업이 가난한 나라의 수확물을 사실상 약탈에 가까운 헐값으로 사들이도록 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유전 공학도 유전자 변형을 비롯해 생태학적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식량 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국가가 적극적 식량 정책을 세워 다국적 기업의 약탈을 방지하고, 유기 농업과 비폭력 농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류지한 옮김. 울력 9,000원.

■ 슬로우 이즈 뷰티풀 /쓰지 신이치 지음

느린 것이 아름답다! 저자인 한국계 일본인 쓰지 신이치는 메이지(明治)대 국제학부 교수로 전세계를 무대로 환경과 문화운동을 펼치는 문화인류학자로 1999년에 '게으름뱅이 클럽'을 결성했다. 저자는 근대 이후 풍요로운 사회라는 명목 하에 희생되었던 느림의 문화를 되짚어본다. 현대의 일상생활에서 '빨리 빨리'는 곳곳에 드러난다.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한 패스트 푸드, 시간을 다투는 비즈니스는 물론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사랑까지 속도전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절약된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일본에서 벌어지는 슬로 푸드 운동과 간디의 오두막에서 엿보는 슬로 홈 등의 다양한 사례는 느림의 문화를 현대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희정 옮김. 빛무리 9,500원.

■ 하이브리드 세상읽기 /홍성욱 지음

하이브리드(잡종)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발명과 발견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 있었던 소재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동양인 최초로 1992년 미국 과학사학회가 주는 슈만상을 수상한 홍성욱(42·토론토 대학 과학기술사 교수)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하이브리드 입장에서 바라본다. 칼 마르크스와 월드컵, 보신탕, 인간 게놈, 영화 와호장룡과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까지 그가 다루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대학 신입생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는 이 책은 너무 다양한 문화현상을 해석하려 하기 때문에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지만 저자의 풍부한 상식과 발상은 충분히 음미할 만 하다. 안그라픽스 8,500원.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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