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 3자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 사실을 주장하면서 핵 실험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향후 어떤 수순을 밟으며 핵 보유국임을 선언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전문가들은 핵 보유 선언의 마지막 단계로 해당국이 제조한 핵무기를 실험하는 시점을 근거로 핵무기 보유국에 진입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북한처럼 핵 운반체인 중·장거리 미사일을 이미 개발한 국가의 핵 실험 성공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핵 실험 성공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 등장한 최근의 사례는 인도와 파키스탄이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국경분쟁 등을 거친 뒤 핵 개발에 착수, 74년 최초의 핵 실험에 성공했다. 인도에 자극받은 파키스탄은 75년 핵 개발을 시작해 88년 실험에 성공했다.
핵 실험이 아닌 핵 폐기를 선언하면서 핵 보유를 시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도 있다. 북한이 앞으로 대가를 받고 핵 폐기 의사를 밝힌다면 이 선례가 참고가 될 것이다. 93년 남아공 데 클레르크 당시 대통령은 "74년 핵 개발에 착수, 4억 달러를 들여 6기의 핵 폭탄을 제조했다"고 밝히면서 "89년부터 핵 무기 해체 작업을 진행해 90년 작업을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남아공의 소수 백인정권은 흑인들에게 정권을 넘겨줄 위기에 처하자 핵 무기를 폐기한 것이다. 미국은 남아공의 핵 폐기 과정에서 1년 6개월 이상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이 진행됐다는 점을 근거로 북한 신포 경수로에 핵심부품이 들어가기 최소 1년 6개월 이전에 북한 핵 프로그램이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이스라엘처럼 핵 보유 후 이를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사례도 있다. 50, 60년대 프랑스 등의 도움으로 핵 개발에 성공한 이스라엘은 61년부터 핵 보유 가능국으로 분류됐으나 핵 보유 여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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