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전패한 결과는 집권당의 표류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아울러 역대 최저 투표율을 보이면서 정치에 등을 돌린 민심의 표류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적극적 의미의 승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새 정권 등장 이후 정치권과 민심이 모두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선거는 말하고 있다.민주당은 호남지역 지방선거에서도 맥을 못추는 졸전을 벌여 집권당의 명색이 만신창이가 됐다. 오죽하면 개혁당 간판으로 연합공천돼 당선된 후보로부터 "당을 해체하라"는 말을 듣는 수모까지 당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 개혁의 당위성을 부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보다는 집권당의 위기가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깨닫는 것을 앞세워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을 의정으로 받쳐주고 집권의 뿌리역할을 해야 할 집권당이 정체성과 진로를 잡지 못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은 위기다.
소위 신주류와 구주류의 끊임없는 반목은 안팎의 비상한 시국을 앞에 두고 내부로부터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며칠 전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평가보고를 둘러싸고 정보위 소속 의원들과 벌인 분란은 국사에 대한 전략과 전망, 안목도 없이 소모전에 빠져있는 민주당의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 스스로 민심을 끌어안을 구심력을 갖추지 못하고 외곽세력으로나 눈을 돌리는 자세에서 집권당의 책임감은 찾을 수가 없다.
개혁, 개혁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과연 개혁을 이뤄낼 역량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호남소외론 타령에 걸핏하면 정계개편론이나 들먹이면서 소일한 지난 몇 달을 돌이켜 보고 이번에 드러난 민심의 싸늘함을 잘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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