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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보유 시인 / 리근 발언과 북한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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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무기 보유 시인 / 리근 발언과 북한의 의도

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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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근 외무성 부국장의 핵무기 보유 시인 발언은 북한측이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설정한 한계선(Red Line)을 넘어섰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측 수석대표인 리 부국장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 대해 8,000여개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완료단계에 있고 이미 보유한 핵무기를 해체할 수 없으며 이를 시위(실험)하거나 이전(수출)하는 것은 미국측 태도에 달려 있다는 등 3가지 요지의 발언을 했다.북측이 지난해말 제네바 합의 이후 동결돼 온 핵시설을 재가동하면서 한·미·일이 합의한 레드라인은 북측이 플루투늄을 추출할 수 있는 재처리시설을 가동하느냐 여부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측은 수개월 사이 이 한계선을 몇 단계 넘어 핵 무기실험을 목전에 두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재처리나 핵무기 보유는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이를 실험 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협상 대상이라는 새로운 벼랑끝 전술이다.

핵보유 발언은 미국 언론 보도에 이어 일본 정부에 의해 즉각 확인됐다. 다만 이 발언의 의도, 그리고 핵개발의 진척도 등에 대해서는 양국 정부 모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25일 "북한의 핵 보유 시인은 회담 석상의 공식 발언이 아니라 '만찬장 화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는 조미 쌍방의 우려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를 내놓았다"고 밝혀 핵무기 보유선언보다는 타협책을 제시했다는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정보기관마저 단언하고 있지 못한 만큼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를 가장하는 방법으로 회담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 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강석주 외무성 제1 부부장이 켈리 차관보에게 우라늄 핵개발계획을 내비친 이후, 핵보유에 대해서는 위협과 부인을 번복하며 미국측에 혼선을 주려하는 게 북측의 일관된 전술이기도 하다.

이는 협상 장기화를 상정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북한은 북미간 직접 담판을 통해 협상을 조기에 종결짓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바그다드 효과에 대응하는 수순으로 미국의 공습 등 군사적 제재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핵 보유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실랑이가 거듭되는 동안 북한의 핵보유는 점차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책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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