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거듭된 '금리인하 시기상조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조기 '금리인하 대세론'이 더욱 부각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기대감에 따라 시장의 채권 수요가 지표 상품인 3년 만기 국고채에 몰리면서 해당물 금리가 하락, 국고채 1년 및 기업어음(CP) 금리와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24일 채권시장에서 국고 3년물 금리는 전날 4.58%에 이어 4.57%를 기록했다. 반면 단기채인 국고 1년물은 전날 4.60%에 이어 4.58%를 호가해 'SK글로벌 쇼크' 이후 불안하게 되풀이 돼온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을 이어갔다. 기업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91일물 CP는 이미 5.20%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의 이 같은 불안양상이 한은의 일관성 없는 시장 메시지와 증시 침체에 따른 채권 투기열풍이 합작된 결과로 우려하고 있다. 대한투신증권 이애실 연구원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한은의 공식 입장이 금리인하가 아직 불필요하다는 쪽이었으나, 최근 금융통화위원들의 남대문시장 방문을 기점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유포되는 등 금리전망에 관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채권 투기를 오히려 조장하는 결과를 빚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승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 시기상조론'과 달리, 최근 금통위의 한 위원은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편성 시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을 같이 써야 효과적이며,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며 이견을 노출했다.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하 불가론이 한은 내부에서 힘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투증권의 한 관계자는 "향후 세계적 금리인하 공조 분위기와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중소기업 자금난 등을 감안할 때 박승 총재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 목소리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5월13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정도의 상징적 금리인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시각은 기업 신규투자의 금리 연동성이 적다해도, 최소한 현재의 단기고금리가 CP 만기연장 등을 통한 중소기업의 운용자금에는 적지않은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이다. 거시경제 전문가들 역시 '금리인하 시기상조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최근 경기대책은 국지적이고 차별적인 업종별, 산업별 대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대책은 전체 산업에서의 경쟁을 오히려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나 통화당국은 경기부양 필요성이 있을 경우 산업별로 국지적인 대책을 가동하는 것 보다는 아예 금리조정을 통한 솔직한 부양책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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