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사채 발행조건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기업의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LG경제연구원은 24일 '자금시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SK글로벌 사태 이후 신용위험이 상승하고 은행으로 몰린 자금이 기업에 공급되지 못해 기업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SK사태가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이전인 3월초까지 발행된 63건의 회사채 가운데 기준 금리(증권업협회 기준 수익률)보다 낮게 발행된 경우는 90%로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대부분이었지만, SK사태가 본격화한 3월 중순 이후 발행된 15건의 회사채 중 기준 금리보다 낮게 발행된 경우는 40%, 높게 발행된 경우는 60%로 상황이 역전됐다.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기업이 기준 금리보다 높게 발행한 비율도 SK사태 이전에는 3%에 불과했지만 SK사태 이후 63%로 급증했고, 회사채 지표금리인 AA-등급 회사채 발행시의 평균 가산금리도 -0.27%에서 0.11%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것은 SK사태 이후로 기업신용등급 상승세가 급격히 꺾이는 등 시장이 인식하는 신용위험이 커진데다 거액의 자금이 투신사에서 은행으로 이동하면서 회사채 매수세가 위축돼 기업 자금조달 사정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SK 사태가 발생한 3월 이후 투신사의 회사채 순매입액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4월 들어서는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은행은 자금유입액을 회사채 매입보다 통안채 금융채 매입과 대출로 운용해 3월 한달 동안 각각 9조7,000억원과 3조4,000억원에 달하는 통안채와 금융채를 매입했다.
연구원은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는 상반기중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회사채 시장 안정기금 조성,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채권 담보부증권) 활용, 시중 유동성 공급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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