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고위급 회동이 24일 조기 종료됨으로써, 북한 핵 문제는 혼미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은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등 한계선(Red Line)을 넘어설 가능성 마저 제기돼 북미간 긴장 수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측이 회담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계획을 거듭 밝혔다"고 전했다사실 이번 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북미 양측은 회담 전부터 상대를 자극하며 위기수준을 높여왔고 회담에서도 사사건건 입장차를 노출했다. 북측은 특히 회담 초기에 미 언론이 공개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북한 정권 교체' 메모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미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한결같이 "예상대로 상당한 엇박자였다" "북미 간 생각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했다"는 반응이었다.
양측은 우선 회담의 성격규정 문제부터 양보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어디까지나 다자회담이기 때문에 조속히 한국 일본 등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측에 대해 북측은 핵 문제 등은 북미간 직접 대화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측은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조속히 핵을 완전 폐기할 것과 핵 사찰 수용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북측은 모든 문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만큼 먼저 대북 체제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기대됐던 북미 일방의 대담한 접근은 아예 논의 대상에 오를 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측은 북측이 요구해온 불가침 조약 체결의 대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북측도 핵비확산조약(NPT) 복귀 혹은 핵 시설 사찰 허용 등에 대해 일절 시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주최국이면서 참가국이기도 했던 중국측의 중재 역할도 한계를 노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어느 한 쪽을 옹호하기 보다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론을 되풀이했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회담이 결렬됨으로써 당분간 대화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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