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경과보고서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도부와 당 소속 정보위원들이 24일 정면으로 격돌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도부 일부 인사는 이날 정보위원들의 보수성향을 문제 삼아 교체를 주장한 반면, 정보위원들은 "지금까지 당론이나 당·청간 논의를 해본 적이 있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정대철 대표는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고 내정자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도덕성을 갖춘, 올곧은 인권변호사"라며 임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상수 총장도 "고 후보는 균형감 있고 현실적인 분인데 냉전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면서 "정보위원들이 보수파 일색인 만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웅 김희선 의원도 "서동만 교수에 대한 언급은 지나친 간섭이며 정보위원들의 평가는 매카시즘적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김덕규 정보위원장은 "나도 보안법과 내란음모죄로 고문 당한 사람인데 누구보고 보수라고 하느냐"며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한번도 당론을 논의하지도 않고 이제 와서 우리를 보수로 몰아붙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발끈했다. 박상천 의원도 "총장이 무슨 권한으로 정보위원을 교체한다는 말이냐"고 공박했다. 정보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은 "적정한 청문회가 이뤄졌는데 개인이나 집단의 마음에 안 든다고 정보위원 교체운운하는 것은 개혁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천용택 의원은 "과감한 개혁도 좋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으로 잘못된 지식과 선입견을 갖는 인사를 단행하면 곤란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와중에 신주류측과 개혁소장파는 당 지도부를 지원사격한 반면 상당수 구주류 및 중도 인사들은 정보위원들을 옹호했다. 김근태 천정배 신기남 의원 등 개혁성향 의원 28명은 성명을 내고 "정보위의 의견은 국정원의 개혁과제를 도외시한 것"이라며 "냉전적 시각으로 사상검증을 시도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며 고 내정자와 서 교수의 임명을 촉구했다. 김성호 의원 등은 "차제에 정보위에 개혁적인 인사들이 포함되도록 구성을 재검토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구주류인 전갑길 의원은 "그런 상황이 예상됐으면 당 지도부가 미리 설득을 했어야지, 이제 와서 정보위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중도파인 박종우 의원도 "기성세대 사이에 고 내정자가 좀 불안하다는 얘기가 있는 것이 사실 아니냐"면서 "정보위원들이 (평가를) 경솔하게 했겠느냐"고 거들었다. 당내 갈등이 고조되자 문석호 대변인은 "총장의 발언은 정보위원들이 주관적 잣대로 평가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진화에 나섰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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