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카드 부실에 이어 1·4분기 국민은행 실적 급강하로 김정태 행장이 취임 후 최대의 시련을 맞았다. 작년 하반기 가계 빚 부실화 우려가 퍼질 때 "가계대출 문제없다"고 맞서온 김 행장이 카드 연체로 직격탄을 맞고, 1분기 은행 순이익(739억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나 급감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여기에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예금금리 인하만 주도할 뿐 시장 선도 등 리딩뱅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행장 교체설'도 끊이지 않아 '사면초가'의 늪에 빠진 셈이다.
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3.9% 하락하는 동안 국민은행 주가는 20% 넘게 급락했다. '탁월한 장사꾼' '금융계의 뉴스메이커'로 불려온 김 행장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김 행장은 상황이 안 좋을 때마다 과감한 베팅과 용단으로 이를 정면 돌파해왔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증시에 5,000억원을 투자해 재미를 본 김 행장은 올들어 '국민은행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판이 퍼지자 2월초 또다시 '1조원 주식투자'라는 '도박'을 했다. 3월 주주총회에선 카드 실적 악화를 질타하는 주주의 질문에 "국민카드 사람들은 주주 앞에서 죽을 죄를 졌다고 반성해야 한다"며 '선제 공격'을 퍼부어 위기를 모면했다.
문제는 김 행장의 국면전환 카드가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행장이 1조원 주식투자를 밝히면서 "이 중 2,000억원 정도의 손실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은행으로선 상상도 못할 투기적 경영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행장은 최근 "국민은행은 집(시스템)은 잘 지어진 편인데,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좀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탁월한 감각과 위기 돌파력을 지닌 김 행장이 이번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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