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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과태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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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과태료(하)

입력
200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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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 은행 창구에 과태료를 납부하러 갔다. 오전이라 은행은 한산한 편이었고 창구의 여직원은 친절했다. 그녀는 과태료를 내야 하는 손님의 불운에 공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과태료 용지를 보고 놀라면서 도대체 무슨 과태료이길래 삼천 원밖에 안 되느냐고 내게 물었다. 과태료 용지에 적혀 있는 글자는 원본 뒤쪽의 먹지의 농도가 흐렸던 데다 워낙 휘갈겨 써서 과태료의 명목이 뭔지 나 역시 알아보기 힘들었다. 여직원의 상사가 다가와, 역시 친절한 어조로 무슨 불편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 자리로 가서 돋보기를 가져왔다. 그렇게 해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경찰 출신인 청원경찰에, 본점에서 위조지폐를 적발해 낸 경력이 있다는 지점장까지 총출동했다. 마침내 우리는 그 엄청난 비밀을 알아내고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개를 데리고 다니다가 개가 배변했을 때 치우지 않으면 나오는 과태료가 그것이었다.바깥에 트럭이 와서 "맛있고 신선한 딸기가 왔어요"하고 확성기로 외치는 걸 보니 지금은 아무 때나 딸기를 먹을 수 있나 보다. 그러나 그 딱지는 내 일생에 단 한 번 끊길까 말까 한 딱지였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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