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아니라 놀이터예요. 와서 맘껏 즐기세요." 서울 강남에 사는 김진목(40·회사원)씨는 최근 아들 용희(6세)군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는 야구광을 자처하는 열렬팬이지만 보통 3시간이상 진행되는 경기동안 아들의 응석을 받아주며 경기를 보기가 영 힘겹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안고 구장에 들어선 그는 새로 생긴 어린이 놀이방을 보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야를 가리던 그물망도 대폭 낮아지고 화장실이 호텔수준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에 또 한번 놀랐다.잠실야구장이 확 달라졌다. 한국 프로야구의 메카 잠실구장이 3년동안 총 80억원의 예산을 투입, 리모델링 작업끝에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잠실구장 리모델링의 취지는 '팬들에게 야구장을 돌려주자'는 것. 잠실구장 운영본부 남승창 영업팀장은 "야구장이 팬 보다는 구단중심으로 운영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 만족과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최고 히트 상품 어린이 놀이방
놀이방은 어린이를 동반한 야구팬들에게 단연 최고의 '선물'이다. 26평 규모의 어린이 놀이방이 경기시작 1시간 전부터 7회말까지 무료 운영된다. 3∼7세 어린이 50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평일에는 보육사 1명, 주말엔 2명이 아이들을 돌본다. 경기장과 다소 떨어진 2층 복도에 설치된 것이 흠이라면 흠. 최근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주부 이수미(34)씨는 "놀이방이 생겨 잠실구장이 마치 놀이공원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며 "아이들과 함께 한나절 시간 보내기엔 잠실구장 만 한데가 없다"고 말했다. 보육사 최은화(26)씨는 "어린이들보다 부모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어 더 반긴다"며 "평일에도 100여명의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탁트인 시야, 경기가 손에 잡힐 듯
1,3루 내야 관중석 앞에 설치된 그물망이 8m에서 3m로 낮아진 것도 눈에 확 띈다. 82년 잠실구장 개장 당시 그물망 높이는 3m. 이후 경기 과열로 오물과 빈병 등이 날아드는 불상사가 잦아지면서 8m로 높아졌고, 21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또 그물망이 직경 40㎜의 마름모꼴에서 자외선차단제가 처리된 45㎜ 정사각형 그물망으로 교체돼 보다 넓은 시야를 관중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물망이 낮아지면서 응원단과 치어리더들은 외야석으로 옮겼다. 박경석(20·대학생)씨는 "야구는 집중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경기인데 그 동안 그물망이 시야를 가려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며 반색했다.
이숙인(24·회사원)씨도 "예전에는 3층에 올라서야 야구장 전체가 보였는데 지금은 2층에서도 잘 보여 훨씬 좋다"고 말했다. 홈런이냐 파울이냐의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폴의 색깔도 진한 노란색으로 바꿔 시비의 소지를 최소할 수 있게 됐다.
밝아진 경기장…화장실은 호텔수준
잠실구장은 요즘 밤경기 때도 대낮을 연상케한다. 조명시설이 교체되면서 훨씬 밝아졌기 때문. 조명전구가 1,100여개에서 500개 정도로 줄었지만 내야의 밝기가 1,500룩스에서 2,300룩스로 향상됐다.
2,300룩스는 고화질방송용 화면을 촬영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 외야도 900룩스에서 1,600룩스로 높아졌다.
또 타석에서 좌우측 담장까지의 거리도 95m에서 개장 당시의 100m로 환원시켜 팬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잠실구장은 완공 후 '지방 구장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에 따라 95m로 축소했었다.
화장실(34개)도 호텔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하던 색깔의 내야 복도천정도 밝은 색상의 타일로 전면 교체되고, 실내 복도밝기도 50룩스에서 250룩스로 5배나 향상돼 산뜻한 구장으로 거듭났다.
경기장 전 구역을 금연석으로 지정하는 대신 애연가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내야 2층 복도 5곳과 내야 3층 복도 3곳, 외야 복도 2곳 등 모두 10곳을 흡연구역인 '그린존'으로 지정한 것. 잠실구장이 새 모습으로 팬들을 부르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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