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가 한국에 들어온 지 120년이 흘렀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는 우리 근현대사의 고비에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그 동안 한국 사회 발전에 큰 획을 그은 독립 운동, 민주화 운동, 통일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개신교인은 누구일까.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가 현대리서치에 의뢰, 2월20일부터 3월20일까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익환 목사가 13.2%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유관순(4.8%), 김구(3.2%), 함석헌(1.5%), 이승만 (1.5%), 안창호(1.4%), 안중근(1.2%), 주기철(1.1%), 윤봉길(1.0%) 순이었다.
현재의 개신교 현실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적지 않지만 개화기 이후 자선 사업, 교육·육영 사업, 여성운동과 특히 1970년대 이후 민주, 인권, 통일운동 부분에 기여한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높은 평가가 나왔다.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교회가 우선 참여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는 경제정의 실천(17.6%)이 가장 먼저 꼽혔으며 정치개혁(13.0%), 남북 화해· 평화 추구(12.6%), 교육 개혁(11.2%) 순이었다. 이는 빈부 격차가 크다는 인식이 팽배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종교생활 실태에서는 '현재 종교가 없지만 과거에 어느 종교를 가지고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개신교(56.4%), 불교(19.8%), 가톨릭(18.0%), 기타(1.7%)로 개신교로부터의 이탈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종교를 가질 경우 어느 종교를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개신교(21.5%), 불교(20.9%), 가톨릭(13.4%), 무교(41.9%)로 나타났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건강(44%), 행복한 가정생활(31.4%), 신앙생활(6.2%) 순으로 답했다. 조사대상자 중 개신교 신자들도 건강(33.6%), 행복한 가정생활(31.2%), 신앙생활(22.2%)로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현세 중심의 사고방식을 보였다. 힘든 경우 도움을 청하는 곳은 교회·성당(20.9%), 사찰(15.8%), 시민·사회단체(9.7%), 정부·복지기관(6.8%) 등의 순이었다.
조사대상자중 종교를 가진 사람은 49.9%, 종교가 없는 사람은 50.1%였으며, 종교별로는 개신교 20.2%, 불교 20.1%, 가톨릭 8.9%, 기타 0.7% 였다.
이번 조사는 한신대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3년 계획으로 진행중인 '개신교가 한국 근·현대사의 사회·문화적 변동에 끼친 영향 연구'의 일환이다. 강성영 한신대 교수는 "개신교가 우리 사회에 끼친 빛과 그림자를 종파적 관점이 아니라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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