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24일 하이닉스 반도체의 D램 반도체에 대해 상계관세(부당한 수출국 보조금을 상쇄하기 위한 수입국의 보복관세) 부과를 예비판정, 반도체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EU 집행위는 이날 하이닉스가 채권단의 금융지원 등 형식으로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33%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기준 이하인 0.92%로 판정,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회생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하이닉스는 경영에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됐다. 또 올들어 부진에 빠진 국내 반도체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조선 제지 등 다른 산업 분야의 통상 마찰로도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면초가 하이닉스
미국이 57.37%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EU도 33%의 상계관세를 매겨 하이닉스가 매달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며 부담해야 할 예치금은 380억원 안팎. 가격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EU에 이어 대만, 일본 등도 아시아 지역에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는 점. 실제로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와 일본의 엘피다메모리도 자국 정부에 관세 부과를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체 수출 물량의 25%를 차지했던 미국과 10∼15%을 담당했던 유럽에 이어 대체 시장으로 고려하던 대만(전체 물량의 10%)까지 수출길이 막힐 경우 하이닉스는 판로의 절반이 봉쇄되는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올들어 1∼3월 반도체 무역수지 누적적자가 지난해 적자 총액(8억4,500만 달러)을 넘어서 10억8,300만 달러를 기록했던 국내 반도체 산업으로서는 수출에 먹구름이 낀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및 하이닉스 대응
하이닉스는 일단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는 미 유진공장의 생산물량을 늘릴 방침. 또 동남아, 중국 등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한편, D램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채권단의 금융지원이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8월로 예정된 최종부과를 앞두고 '관세부과 유예협정'을 성사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에 대한 관세 부과 압박은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합동 고사(枯死) 작전'의 성격이 강해 정부의 협상 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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