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독자가 쓰는 아침편지'를 배달한다. 아침편지 식구들이 직접 읽은 책에서 좋은 글귀를 골라 거기 짧은 코멘트를 붙인 것이다. 편지 말미에는 늘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라는 마침글이 붙는다. 이메일의 상호소통 기능이 훌륭하게 구현된 생생한 실증이다. 사실 아침편지는 우리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이다. 고도원(51)씨는 그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메일의 힘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비타민'으로 만들었다.고씨는 어떻게 책을 읽고, 무엇을 기준으로 좋은 글귀를 고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붙임글을 쓸까.
"내 독서법은 그야말로 잡식성입니다. 다독, 속독, 정독을 한꺼번에 하지요. 어떤 책은 발췌독으로 30분이면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담고 싶은 책은 닷새고 열흘이고 가지고 다니면서 읽습니다." 그의 책에는 언제나 형광펜 등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밑줄 친 구절을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그 중에서 아침편지에 담을 것을 고른다.
"사랑, 희망, 용기, 자신감, 지혜 같은 세목이 아침편지에 인용할 구절을 택하는 기준입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의 바탕에는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에서 편지를 읽는 이들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감동과 행복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때 그때의 사회 분위기도 감안해야지요."
고씨는 "편지를 쓰기 위해 끌려가는 심정으로 책을 읽는다면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계속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온 덕분에 "앞으로 한 1년 정도는 책을 안 읽어도 아침편지를 계속 쓸 수 있을 만큼 재료를 갈무리해 두었다"며 웃는다. 틈 날 때마다 서점에 들러 10∼20권씩 '책 사냥'을 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한 그의 즐거움이다.
그 사이 아침편지에 소개된 책은 줄잡아 500∼600권 정도. 하지만 고씨는 "아침편지의 성격상 서술적, 논쟁적 사례 중심의 책은 소개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신이 막상 가장 좋아하는 종류의 책은 별의 탄생, 우주 이야기, 문명의 기원,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과학서 등인데 이런 책을 아침편지에 소개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
이렇게 고른 글에 붙이는 고씨의 코멘트야말로 아침편지의 생명이다. 그의 붙임글은 인용된 글귀가 현자나 철학자의 사상서든, 고전이나 현대 경제경영서든, 사회과학서나 시·소설이든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평이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일상에 밀착해 "∼습니다"의 경어체로 쓰는 붙임글은 깊은 사상은 쉽게, 큰 감동은 한결 차분하게 전해준다. "절대로 독자를 가르치려 하거나 무엇을 과시하려 하지 않습니다. '절제'가 기준입니다."
그 '절제된 감동'을 한국일보 독자들은 28일(월)부터 매일 아침 1면에서 만날 수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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