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식음료 업체들 사이에서 '리뉴얼 마케팅' 붐이 일고 있다.리뉴얼 마케팅이란 기존에 출시된 제품에 맛과 기능, 포장 등을 보강해 선보이는 기법을 말한다. 이런 리뉴얼 마케팅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검증된 제품을 변형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크게 줄이고, 신제품 개발에 따른 대규모 투자 비용을 절감하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황기에 적합한 마케팅 기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동양제과는 최근 제과업계의 복고풍 열기에 편승, 1980년 초에 나왔다가 90년대초에 단종됐던 과자 '고소미'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당초예상과 달리 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지금은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현재 월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해태제과는 최근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의 맛과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기존 딸기, 쵸코, 피칸 라인 대신 신세대 취향에 맞는 체리베리와 헤즐넛을 새 라인업으로 출시했다.
롯데제과도 74년에 나왔던 '스카치 캔디'와 88년말 인기를 끌었던 '목캔디'를 올해 초에 리뉴얼해서 내놓았다. 또 79년에 출시돼 청소년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빠다 코코넛'을 지난해 겉 표지만 약간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다. '빠다 코코넛'은 현재 국내 비스켓 부문 5위에 랭크될 정도다. 농심도 인기 장수 제품인 '양파링'에 대한 광고를 재개하는 등 예전 인기 제품의 영광 재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색 시유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유제품 업계도 각종 기능을 보강한 가공 우유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최근 면역 기능을 증강시켜 주는 세레늄을 첨가하고 외형 디자인을 바꾼 어린이용 우유 '앙팡'을 내놓았다. 롯데햄우유는 3월초부터 오곡 분말과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검은 콩 성분을 넣은 '아침에 우유'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한미약품은 콩의 영양소를 100% 살린 전두유 '콩두'에 바나나와 깨를 첨가한 새로운 리뉴얼 제품을 지난주 시판했다. 두유 제품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정식품도 칼슘을 더욱 보강한 '고칼슘 두유 베지밀 1000쭬'를 새로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칼슘, 철분 등 6가지 영양소에 비타민B와 클로렐라 추출물을 추가한 '야쿠르트 에이스'와 아가리쿠스 버섯 추출물을 넣어 면역 증강 효과를 내는 '야쿠르트400'을 3월초에 리뉴얼해서 시장에 선보였다.
매일유업은 용량을 10g 줄인 대신, 디자인을 과일 모양으로 고급화한 떠먹는 요구르트 '바이오거트' 리뉴얼 제품을 3월 말에 재출시했다. 남양유업도 10여년 넘게 장수 인기 발효유인 '불가리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불가리스 프라임'을 지난해말 선보였고, 빙그레는 L-아스파라긴산을 첨가한 '닥터캡슐 비즈니스'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주류에서도 리뉴얼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 여부로 진통을 겪고 있는 진로는 자사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생산 공정에 콜럼 탑이라는 대나무 숯 전용 여과기를 설치, 맛을 더욱 깨끗하고 부드럽게 개선했다. 하이트맥주에 선두 자리를 내준 OB맥주도 이 달 초 'OB'라는 전통 브랜드를 부활 해 옛 명성 재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리뉴얼 제품은 제품 개발과 광고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기존 제품의 명성을 업고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갈 수 있어 불황기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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