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있는 기회부터 챙겨야'위기는 기회다'라는 상투적 낙관론을 과신하지 말라. 기회의 정체를 아직 모르는 사람, 코 앞에 와 있는 기회조차도 잡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무슨 부적처럼 내건다. 기회의 미신이다.
"내가 회사를 생각하는 만큼 회사는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 라고 서운해 하는 직장인들은 '기회라는 것은 회사밖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이라고 생각한다. 1인 사업자가 되라, 자기경영을 하라 등 선동적인 격려사에 전염되면 실제로 기업 내부에 있는 기회, 코등에 얹힌 기회까지도 놓치기 십상이다.
물론 밖에 있는 기회가 안에 있는 기회보다 잘 생겨 보일 수도 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여인이나, 거래처 혹은 친구가 소개한 여자가 아내보다 예뻐 보이듯. 그렇다고 회사 밖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기회만 찾다가, 사내에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 기회를 챙기지 못해서야…. 지금 30대 직장인의 대부분이 밖의 것을 찾다가 안의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한민국 직장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톰 바렛(Tom Barrett)의 베스트 셀러 '석세스 해픈'은 '사외의 기회'를 비롯한 직장인들의 고뇌를 실감 있게 엮어 놓았다..
'석세스 해픈'에는 직장인과 독립사업자들에게 보내는 충고도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담겨있다.직장인의 희망은 약한 근거에 입각한 약한 희망이다. 약한 희망이란 자기가 계획한 희망이 아니라 회사가 만들어 준 희망이다.
직장인의 모든 희망은(승진이건 승급이건) 회사의 희망에 부록으로 따라다녀야 한다. 약한 희망을 안고 사는 사람은 약한 인생의 소유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약한 희망이 지금 당장은 그에게 큰 희망을 제공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여자를 사랑하듯 일과 직장을
404040은 미국 직장인의 제한된 가능성을 말하는 의미 있는 숫자이다. "샐러리맨은 404040 프로그램 안에 들어 있다. 주당 40시간을 40년 동안 일하고, 퇴직 후에는 재직 중 보수의 40%를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어느 미국 직장인의 독립선언이다.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이 컨셉을 적용하면 503020이 된다. 즉 주 50시간씩 30여년간 일하지만, 퇴직 후 수입은 재직 중의 20%나 되면 다행이다.
404040이든 503020이든 직장인의 기회는 아직 그 속에 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직장은 직장인이 쓸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은 개인의 힘보다는 언제나 강하다.
재직 중일 때 직장은 그의 후견인이고 사회적 백그라운드이며, 그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이고 그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비중을 지닌다. 30대에 그 비중은 가장 실감 있게 작용한다.
직장은 그의 개인적인 근거임은 물론 살아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조직적인 근거이다. 비록 구조조정 등에 의해 직장과 직장인의 사랑기간이 짧아지긴 했어도, 직장은 여자 이상으로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다. 30대에 그 사랑은 절정에 이르러야 한다.
전세계 성공한 CEO는 전원이 직장인 출신이다, 전원이 재직 중 남달리 일과 직장을 사랑했다. 일과 직장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30대에 미칠 정도로 끔찍했다.
/칼럼니스트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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