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고위당직자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이상수 사무총장이 나서 전날 국회 정보위의 고영구 국정원장 내정자 '부적절' 평가를 비판하고 민주당 정보위원의 교체를 주장했다. 역시 신주류인 이호웅 김희선 의원도 "우리 당 정보위원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못맞췄다"고 성토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청와대의 인사는 집권당이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정보위의 결정에 대해선 평가가 다양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각자 의견을 개진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소속 정보위원들을 비판하며 내세운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지도부가 노 대통령과의 '코드' 운운하며 "어떻게 여당 의원이 대통령이 점 찍은 인물을 비토할 수 있느냐"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점은 유감이다. 민주당은 엄연히 당헌에 당정분리를 못 박아 놓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당 지도부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자율적인 결정은 폄하하면서 청와대에 대해서는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인 것은 누가 봐도 우습다.
지도부가 자신들의 당 운영 능력이나 장악력이 부족한 것은 반성하지 않고 정보위원들만 욕하고 나선 것도 한심하다. 당 지도부가 그 동안 고 내정자의 전문성이나 적합성에 대해 논의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당연히 당론도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정보위원들이 당론을 어긴 것처럼 몰아붙였다. 이 총장의 정보위원 교체 주장은 동료 의원들조차 코웃음 칠 정도로 유치한 발상이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민주당 지도부는 입으로만 개혁을 외칠 게 아니라 당을 대통령의 하부기관쯤으로 여기는 '머슴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신효섭 정치부 차장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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