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화창한 5월 어느 일요일, 딸기를 먹으러 딸기밭에 가자고 하여 다섯 식구가 차를 타고 집에서 출발했다. 막 경기도로 들어섰을 때 첫 번째 네거리의 신호등이 바뀌려고 했다. 전속력으로 질주해서 황색 신호 때 간신히 네거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로 중간에 서 있던 교통경찰이 멋있게 경례를 하면서 차를 세우는 것이었다."차선 위반입니다. 면허증을 보여주십시오." 급한 나머지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을 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 봐도 면허증이 없었다. 경찰은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았을 때의 과태료까지 더해서 딱지를 끊으려고 했다. 나는 슬리퍼 바람의 맨발을 쳐들면서 집이 바로 근처라고, 좀 봐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또한 아이들이 아저씨 아니 오빠는, 조카도 여동생도 없느냐고 아빠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했다. 나보다 열 살쯤 어려 보이는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아우성치는 차 안을 둘러보더니 내게 주민등록증이라도 달라고 했다. 나는 지갑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없다고 응수했다. 마침내 그는 내가 부르는 주소대로 딱지를 끊어 주면서 "내가 끊을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싼 것"이라고 말했다.<계속>계속>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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