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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포크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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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포크 가수들

입력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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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가수들이 환호받는 시대는 고통스런 시대다. 지난해 8월3일 미국의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카우보이 복장의 밥 딜런이 등장하자 1만여 관중이 열광했다. 흰색 모자 밑으로 흰 머리 섞인 금발이 나부꼈고, 덥수룩한 수염이 마르고 주름진 딜런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사색적인 표정으로 노래했다. <얼마나 많은 전쟁의 포화가 휩쓸어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려나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소…> 1962년의 반전가요 '바람만이 아는 대답'부터 2001년의 'Cry a While'까지 열창했다. 뉴욕타임스는 '딜런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아직도 온몸으로 입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37년 만에 다시 선 그 무대는 61세의 늙은 딜런에게 바쳐진 자리 였다. 한 때 그와 동거했던 동갑내기 존 바에즈도 지난해 반전 순회공연을 가졌다. 기타를 연주하며 여전히 청아한 음성으로 팬들을 설레게 한 그녀는 "내가 노래를 바치는 곳은 '지금 공격을 받는 곳'"이라고 외쳤다. 9·11 테러의 대상이 되었던 미국과 역공의 대상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을 함께 염두에 둔 말이었을 듯하다. 반백의 짧은 머리를 한 그녀는 이라크 전쟁에 즈음한 샌프란시스코 반전 집회에도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 딜런 이후 미국의 포크 송은 두 갈래로 자라났다. 한 갈래는 저항적인 포크 록이고, 다른 하나는 포크의 음악적 바탕 위에 좀더 내면표현과 개인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음악이다. 딜런의 포크 송은 암울하던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60년대 후반, 서정성 짙은 포크 가수들이 통기타를 들고 나타나 대중에게 투명하고 차갑고 새로운 음악적 감수성을 선사했다. 송창식 윤형주 양희은 등과 함께 포크 계열의 선두에 섰던 가수가 서유석씨다. 끈끈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가는 세월' 등을 불러 폭 넓은 층의 호응을 얻었던 그는 곧 이어 방송인으로 자리를 옮기며 가요계를 떠났다.

■ 58세의 그가 뒤늦게 가수로 돌아온다. 데뷔 33년 만에 디너쇼 형식으로 첫 단독공연도 갖는다. 그동안 방송 진행자로 이름을 얻고 정치판도 기웃거렸고 국민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같은 포크 가수 밥 딜런이나 존 바에즈의 치열한 생애와 비교할 때, 그의 늦은 귀향은 가벼워 보인다. 정치성을 지향한 생애가 반(反)정치성으로 일관한 생애에 비해 가벼워 보이는 것이다. "노래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는 그의 귀거래사는 반갑고 환영할 만하다. 그가 못다한 치열함으로 노년을 아름답게 물들이기 바란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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