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무난, 경제는 수(手)가 막힘."26일로 집권 2년을 맞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정권을 평가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23일자 사설 제목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라크전과 북한 핵 문제에서 철저하게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외교정책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80%를 넘는 지지율 속에 고이즈미 정권이 탄생한 근본 이유인 '개혁을 통한 경제 회생'은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2년전 1만4,000엔대였던 닛케이 평균 주가는 요즘 연일 거품 경제 붕괴 후 최저가를 경신하며 7,700엔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2년 사이에 주가가 44%나 빠져 150조 엔의 자산이 사라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을 다량 보유한 은행과 보험사가 거액의 평가손을 입어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출 회수에 나서 기업이 줄도산한다는 금융위기설도 여전히 시장을 떠돈다. 이미 지난해 부채 1,000만 엔 이상 기업 도산 건수가 1만9,458건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았고, 실업자수도 359만 명으로 사상 최악이다.
부실 채권 신속 처리, 공기업 민영화, 지방에 재정 이양 등 구조개혁 공약은 이 같은 경제 여건 속에서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개혁의 수술칼을 들이대기에는 경기가 너무 안 좋고 경기부양책을 쓰자니 개혁이 후퇴하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최근 고이즈미 정권 지지율은 45%대로 떨어졌다. 주가처럼 반토막이 났지만 아직도 역대 정권 평균 지지율 30%대보다는 높다. 국민의 개혁에 대한 기대감과 개혁 실망·피로감이 혼재한 상태이다.
그래도 고이즈미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와 그 후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총선거에서 무난히 재선을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다. 자민당 내에 대타가 없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정치행태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인기 거품이 다 빠지고 숙제만 늘어가는 집권 3년차가 고이즈미 정권의 진정한 정책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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