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21일. 서울 신정동 한 음식점에 선관위 직원과 경찰이 들이닥쳤다. 한 후보측이 주민 수십명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던 것. 실제로 현장에서 한 후보측 관계자들이 식사중인 주민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다 모두 연행됐다.재보선 선거운동이 23일로 모두 끝났다. 참여정부 들어 처음이자, 여야 모두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선거여서 어느 때보다 깨끗한 선거, 개혁적 선거문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을 돌이켜보면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유권자에 대한 금품·향응 제공, 유급 선거운동원 동원 등 불법·탈법 행위가 되풀이됐다. 선관위는 이번 재보선에서 선거법 위반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밝혔지만 정당 관계자들은 "그 만큼 불법행위가 지능화했다", "선관위가 너무 안이하고 낙관 일변도의 평가를 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기자가 취재도중 만난 한 후보의 선거운동원은 "왜 00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줄행랑부터 쳐 자발적인 봉사자가 아님을 알게 했지만 선관위는 이런 부분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이번 재보선은 사실 출발부터 문제투성이였다. 여야는 모두 상향식 공천제를 개혁안의 핵심으로 채택해 놓고서도 '밀실 낙점'으로 후보를 골랐다. 지역선거로 치르겠다던 여야 지도부는 "우리는 안 하려고 했는데 상대 당이 하니까…"라는 구차한 변명과 함께 의원들을 지역에 내려보내고 자신들도 선거 현장을 누볐다.
정치권은 24일의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정치·선거 개혁의 실천을 보여줄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현실을 핑계 대며 스스로 이를 차버렸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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