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23일 서동구(徐東九) 전 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KBS 사장에 정연주(鄭淵珠·57)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을 임명 제청한 것은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된다.서 사장 사퇴 이후 KBS 이사회는 14∼18일 사장 후보를 추천 받아 총 60명을 놓고 검토 작업을 해 왔다. 한때 KBS 안팎에서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황정태 KBS 이사 유력설이 돌기도 했으나 3월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이형모 전 KBS 부사장과 함께 정 전 주간이 최종 후보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KBS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된 성유보 정연주 이형모씨 등 3명의 후보가 KBS 이사회의 제청 심사과정에서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한다"고 이사회를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전 주간은 동아일보 기자 시절 언론자유 수호운동에 나섰다가 1975년 해직됐으며 78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년 여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이후 89년 한겨레신문에 입사, 12년 동안 워싱턴특파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 귀국해 지난달까지 논설주간을 지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정연주 칼럼'의 애독자였다. 노 대통령은 2월 취임 직후 한겨레신문사를 찾아가 정 전 주간을 직접 만났으며, 서동구 사장 취임 전부터 그를 KBS 사장 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주간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거론한 '조폭 언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을 정도로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여 왔다.
또 부인과 두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어 노 대통령이 그를 KBS 사장에 임명하기까지 일부 언론의 비난 공세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주간은 새 정부 들어 영주권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장관 제의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예상되는 논란에 대해 "칼럼니스트로 활동할 때와 KBS 조직을 이끌 때는 다르겠지만 언론개혁에 대한 기본적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가족 영주권 문제 역시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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