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고영구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 '부적절' 판정을 내린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정이 분리됐다곤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집권당이 적극 보조를 맞춰온 관례에 비춰보면 이번 일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항명'에 가깝기 때문이다.의원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대북 문제에서 융통성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정보위의 특수성, 의원들의 성향이 중도 보수 또는 보수적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또 22일 인사청문회에서 고 내정자와 서동만 교수의 이념 문제를 혹독하게 추궁한 상황에서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최근 '호남소외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고 내정자―서 교수 라인이 국정원내 호남 출신 인맥의 청산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민주당 의원들을 자극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 6명 중 박상천 김옥두 천용택 의원이 모두 지역구가 호남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 소속 정보위원들의 움직임을 전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함은 물론 사후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해 당 장악력과 운영 능력에 또 한 번 한계를 드러냈다. 문석호 대변인은 정보위가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 직전 논평을 통해 "고 내정자의 전향적 시각을 이념 편향 운운하며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보수론자들의 주관적 평가"라며 정보위원들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 혼선을 초래하기까지 했다.
문 대변인은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았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청와대 입장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같이 발표했다"며 "내가 말한 것을 당론으로 보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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