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와 공동배달제 문제가 사안의 본질을 떠나 신문업계는 물론 정치권의 공방마저 낳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다소 전문적인 사안이라 일차적으로 독자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이끌 방안인지는 결국 독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독자의 바른 판단을 위해 정확한 사실전달이 절대 조건인 것이다.신문고시와 공동배달제를 지지하는 필자가 보기에 이에 반대하는 신문들은 정치적 심증과 억측에 매몰돼있다는 느낌이다. 객관적 사실은 팽개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바람에 독자의 분별력만 흐리게 한다는 말이다. 우선 이들은 신문고시를 반대하는 목소리만 높일 뿐 정작 원인이 된 신문시장의 경품경쟁과 혼탁상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한 신문은 2001년에 모 단체가 신문고시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을 낸 사실만 거듭 보도할 뿐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했다는 사실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전달하고 불리한 건 빼버리고 보도하는 셈이다.
공동배달제 역시 처음 논란이 됐을 때 한 신문은 사설에서 "공동배달제에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지원하나" "신문배달이 문화산업과 무슨 관계인가" 라고 썼다. 아마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의 앞부분만이라도 살폈으면 그런 표현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일본은 공판을 50년 전에 폐지했다"는 기사 제목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금 일본에 공동판매제가 없는 것처럼 전하고 있으나 아직도 판매방식에서 중요한 축으로 존재한다. 제대로 쓴다면 전후 일본에서 공판이 폐지된 게 아니라 전매제가 부활한 것이며 이것이 과당경쟁의 출발이 됐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어야 했다.
정부가 공동배달제를 지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일부 신문의 주장도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언론에 대한 정부 지원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존재한다. 세제 혜택은 기본이고 기금 융자와 법적 보호 장치 등이 마련되어 있고 군소신문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나라도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신문은 현실에서 없다. 정부의 언론 지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처럼 정치권력이 언론을 악용하거나 언론이 당근에 굴종해 권력과 유착하는 경우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대형 신문사들이 공동배달제에 참여한 신문들을 '안 팔리는 신문', '경쟁에 뒤진 신문'이라고 비하하는 유치함이다. 처절한 비애감마저 느낀다. 나아가 '친정부 신문' 운운하며 신문을 내편, 네편으로 나누는 대목에 이르면 대형 신문사들의 보도에 진실전달보다는 정치적 잣대가 먼저 작용했음을 엿볼 수 있다. '왜 지원하는가'라는 대형 신문사의 주장은 마치 신문시장에서 자신만 살아 남아야 한다는 그릇된 패권의식마저 보여준다. 자사이기주의에 닫혀버린 대형 신문사들이 과연 이 사회의 장애인, 노인, 빈곤층 등 소외계층을 다룰 경우 이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진정으로 '독자선택권'을 강조하는 신문이라면 논란이 되는 사안은 한층 정확한 사실보도를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아전인수와 견강부회로 자기 주장만 일삼고 가공한 사실을 전할 경우 독자들은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 신문이 요리해주는 대로 먹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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