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불모의 땅 사하라 사막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려 각국에서 찾아온 수백명의 마라토너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달린다.총 250㎞를 달리는 '사하라 마라톤'은 섭씨 40도 이상의 일교차, 건조한 날씨 탓에 자주 터지는 코피, 일사병, 발바닥을 온통 뒤덮는 물집, 그리고 견디기 힘든 모래폭풍 등 극한의 조건으로 악명이 높다. 마라토너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하루 9리터의 물과 하늘만 겨우 가릴 수 있는 텐트 뿐이다. 이들은 양식과 구급약을 담은 10㎏이 넘는 배낭을 맨 채 더위, 모래와 씨름하며 끝없는 사막을 달려야 한다.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18회 대회에는 모두 24명의 한국인이 도전장을 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손목을 끈으로 연결해 함께 호흡을 맞춰 뛰었던 시각장애인 이용술(42)씨와 도우미 윤충준(47)씨였다.
이씨는 21세 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는 7년 동안 헬스클럽 러닝머신 위에서 달렸다. 그리고 동생의 발자국 소리를 따라 처음으로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달린 것이 마라톤의 시작이었다. 그 후 이씨는 1993년 마라톤대회에 처음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풀코스 49회, 100㎞ 이상을 뛰는 울트라 마라톤 3회 완주기록을 가진 마라토너가 되었다. "마음의 상처를 잊어버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는 그는 현재 '시각 장애인 마라톤 클럽'의 회원이다.
10년 간 운영해 온 사업을 접고 안산으로 내려간 회사원 윤충준씨는 시화호 방조제 주변을 뛰기 시작했다. "마라톤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다"는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 위해 2년 전 아들의 소개로 만난 시각장애인 이씨와 함께 '사하라 마라톤'을 선택했다. 그는 "육체와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가장으로서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기 위해 오래 전부터 사하라 마라톤 완주를 꿈꿔 왔다"고 말했다.
'죽음의 레이스'라 불리는 6박7일 간의 사하라 마라톤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씨는 경기 도중 몇 번이나 경련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수지침으로 피를 뽑아가며 달리기를 계속했다. 망망대해 같은 사막, 혹독한 날씨 속에서 두 사람은 과연 완주가 무슨 의미인지 회의에 회의를 거듭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손목을 연결한 끈 하나에 의지해 두 사람은 마침내 완주에 성공했다.
과연 이들이 사하라 사막과의 외로운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MBC가 사하라 마라톤에 참가한 두 사람을 동행 취재해 24일 오후 7시20분 방송하는 장애인 주간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사하라 250㎞, 머나 먼 동행'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비장애인에게도 삶의 희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줄 것 같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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