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남산공원 입구인 백범광장 한켠에 마련된 맨발공원. 호박석, 해미석, 옥돌, 스테인리스 봉, 통나무 등으로 꾸며진 길이 108m 가량 되는 이곳에 10여 명이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입구에서 그들을 따라 신발과 양말을 벗어 양손에 쥔 채 조심스레 한발 들여놓았다. 봄볕을 받은 자갈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두 세 발자국 발을 옮기니 발바닥에서 짜릿하는 통증이 느껴오기 시작. 건강에 좋다는 옥돌을 지나 통나무와 스테인리스 봉으로 넘어오니 발바닥이 잠시 편안해진다. 다시 '고해의 코스' 해미석(자갈) 밭. 따끔따끔해 빨리 벗어나려다 보니 걸음새가 뒤뚱거린다. 서둘러 코스를 마치고 나오자 발씻는 곳이 돌의자와 함께 준비돼 있다.
맨발코스 옆으로 시냇물속 자갈위로 걸을 수 있는 계류(溪流)시설이 마련돼 있는데 지금은 벚꽃잎이 가득 덮혀 있어 발담그기가 쑥스러울 만큼 운치가 있다.
매일같이 이곳에서 30분씩 걷는다는 이연옥(62·여)씨는 "처음에는 아프다가 점차 온몸이 시원해지는걸 느낄 수 있게 된다"며 "무겁게 느껴졌던 몸이 나는 듯 가벼워졌다"며 발맛사지의 효험을 자랑했다. 경희해동한의원 강용혁 원장은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어 혈액순환이 가장 안되는 곳"이라며 "신발에 갇혀 지냈던 발바닥에 자연의 감촉으로 자극이 이뤄지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산에는 백범광장 말고도 맨발공원이 2개 더 있다. 하얏트호텔 건너편의 야외식물원에 90m길이의 코스가 있고, 장충지구에도 80m짜리 맨발공원이 조성돼있다.
여의도공원의 건강지압보도는 점심시간이 인기다. 식사를 마치고 공원으로 몰려드는 인근 샐러리맨들에게 활력을 주는 길이기 때문. 공원내 산책로 중간에 설치된 64m의 지압보도위로 양복을 걸친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인근 A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영철(36)씨는 "처음엔 그냥 재미로 걸어봤는데 이젠 점심시간 고정코스가 됐다"며 "요즘 같은 나른한 오후를 견디기 위해서라도 지압보도 걷기는 필수"라고 말했다.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 마련된 맨발공원은 코스 자체도 발모양을 본따 재미있다. 140m되는 코스 바닥은 목재, 해미석, 호박돌, 화강석, 황토, 스텐레스 등 6가지로 만들어져 싫증나지 않고 주위에는 잠시 쉴 수 있는 의자와 철봉 등 운동시설도 마련돼 있다.
보라매공원의 맨발공원은 총 190m에 달하는 최장 코스로 강한 자극과 조금 덜한 자극을 선택할 수 있게 숙련자용과 초보자용 2가지가 마련돼 있다. 146m 코스의 용산공원 맨발공원은 발바닥 부위별 자극효과 등이 안내도에 자세히 설명돼 있어 걷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옛 OB맥주공장 터인 영등포공원의 최고 인기 명물은 건강지압보도. 원형광장옆 장식화단을 따라 40m가량 검은 자갈밭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밖에 각 자치구들이 근린 공원 등에 맨발공원이나 소규모의 지압보도 등을 설치하고 있어 집 가까이서도 가볍게 발바닥을 비빌 수 있다. 도봉구 방학천생태공원의 발바닥공원은 주민들에게 건강지킴이로 소문나 저녁 시간대에는 어깨를 부딪히며 걸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성동구는 송정동 중랑천변 제방 산책로에 2곳의 지압보도길을 설치했고 응봉근린공원과 용담꽃공원 등에 맨발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에 개방하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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