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22일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장 마르크 델 라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라크 주민 60%의 생계를 떠맡고 있는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않는다면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며 "모든 민간 부문에 대한 경제제재를 중단하고 교역을 재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군사 부문에 대한 제재는 유지돼야 하며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 무장해제를 확인하기 전까지 제재는 '정식으로 해제'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이번 제안은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배제되기 않기 위해 미국의 유엔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해 당초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 양보나 타협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고 전후 이라크 문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이라크 석유에 대해 국제적 통제를 보장함으로써 프랑스의 핵심 목적을 달성토록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도 이 제안이 이라크에 대한 프랑스의 경제·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프랑스가 미국과 똑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제안을 비롯해 최근 프랑스의 움직임은 전쟁 이전 반전국의 기수로 떠올랐던 위상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정부 대변인인 장―프랑수아 코페 장관은 23일 전쟁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최근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화 대화에서 입증된 양국관계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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