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이 국정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게 고영구 내정자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데 대해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이 23일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김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 의원이 개인 인연을 앞세워 선처를 부탁한 것은 중진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며 당의 정체성마저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이 의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도 요구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나친 부탁을 한 게 없으며 어려울 때 도와줬던 것에 대해 인간적 도리를 했을 뿐"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아예 "당에서 나에게 조치할 것이 있으면 조치해 달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설전을 지켜본 한 당직자는 "당내 이념 편차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씁쓸해 했다.
앞서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22일 청문회에서 "최근 이 의원이 찾아와 '고 내정자가 생명의 은인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깍듯이 부탁했다"며 두 사람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고 내정자는 1986년 '인천사태'로 수배 중이던 이 의원을 자신의 집에 숨겨줬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는 은신처 제공자로 이돈명 변호사를 지목했고 결국 이 변호사가 고 내정자 대신 구속됐다. 고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이 일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괴로움으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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