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승리 후 미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외교정책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 국무부와 국방부가 대북한 정책과 중동평화 계획, 이라크 재건문제 등에 대해 거의 매일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논쟁은 특히 중간급 실무 관리들 사이에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서로 정중한 예의를 갖추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무진들은 기선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부처의 경쟁은 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미국 중국 북한간 3자회담에 참가할 미국측 대표 인선을 놓고도 벌어졌다. 3자회담이 성사되기 며칠 전 국방부는 미국 대표를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국무부 차관보에서 럼스펠드의 측근인 존 볼튼 군축 담당 국무차관으로 교체하려 압력을 가했으나 파월 장관이 이를 거부했다.
앞서 국무부는 이라크 망명지도자 아메드 찰라비가 이라크 내 지지기반이 약한 사기꾼으로 현지에서 취급 받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그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수백명의 반체제 군병력(자유 이라크군)과 함께 그를 이라크 남부에 공수함으로써 국무부의 의도를 꺾어 버렸다.
이 신문은 국무부와 국방부간 논쟁의 핵심에는 행정부 안팎에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무부의 온건노선에 불만을 품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무부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테러리즘 일소 및 적성국들과의 강력한 대결 정책 실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보수주의자들의 불만은 럼스펠드 장관과 가까운 사이이자 국방부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을 통해 개진됐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 국무부의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의회 청문회와 전문가 그룹을 이용한 국무부 조사 등의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무부는 외교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부가 이라크 문제를 위해 전쟁 전 6개월을 허비한 반면, 국방부는 1개월 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국방부가 국무부의 외교실패를 만회했다"고 주장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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