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각만 하면 일손이 잡히지 않아요." 유치원에 다니는 6세 아들 정민이를 둔 맞벌이 주부 최모(36·서울 노원구 월계동)씨는 양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민이는 사설유치원 오전반을 끝내고 최씨가 퇴근하는 오후 7시까지 6시간 이상을 외갓집에서 지낸다. 최씨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종일반 유아시설이 주위에 한 곳도 없어 직장을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유아교육이 표류하고 있다. 유아시설은 곳곳에 널려있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놀이방 가운데 어느 곳에 보내야 할 지 학부모들은 고민이다. 비슷비슷한 프로그램과 만만치 않은 교육비도 불만이다. 유아교육 대상 아동이 200만명이 넘는데도 독립된 법안 조차 없다.
"보낼 곳이 없어요."
유아교육의 허점은 시설의 종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데 있다. 국·공·사립 유치원(8,343곳), 어린이집 놀이방 등 보육시설(2만여개)로 나뉘어져 있어 어떤 종류의 육아 서비스를 받아야할지 헷갈린다. 어린이집이 '탁아'라는 본래 기능에 '교육'을 얹어 '보육' 개념을 도입했고, 유치원은 탁아 기능을 가미한 종일반을 택하는 곳이 적지않아 부모들이 두 시설 차이를 구별하기란 꼼꼼한 현장 방문과 사전 공부가 뒤따르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의 질로 승부하는 시설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주부 이모(33·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씨는 "마음에 드는 시설이 없고 프로그램도 신뢰하기 힘들어 4세 아들을 집에서 놀린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유아교육비는 갈수록 짐이다. 유모(35·경기 성남시 은행동)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딸 원비(간식 및 교통비 포함)로 매월 17만원 가량이 나가며, 비품 구입비 등 각종 잡비 등을 감안하면 월 20만원은 족히 지출한다"고 말했다.
시급한 유치원 공교육화
전문가들은 흔들리는 유아교육의 해법으로 '유치원 공교육화'를 제시하고있다. 공교육의 핵심은 정부가 초등학교 취학전 모든 유아들이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또 정부는 유아교육 기관 소요 경비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되 교육과정 교사자격 시설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 보호와 교육의 통합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고려할 때 유치원이 초·중등교육법을 적용 받는 것은 옳지 않다"며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유치원 공교육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공교육화는 교육부와 복지부의 합의 도출이 최대 관건이다. 교육부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꿔 공교육화하고 보육시설도 유아학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두 기관을 합치면 유아학교가 현재의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반일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부모들 불편이 커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