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제 작품을 혹평하던 사람들도 오늘날에는 좋은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작품 내용은 예전과 변함이 없는데도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엄청난 변화를 실감합니다."현대 무용의 거장으로 꼽히는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쉬(63)가 자신의 무용단인 부퍼탈탄츠테아터를 이끌고 내한, 22일 릿츠 칼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바우쉬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무용극)'라는 독특한 양식으로 현대무용의 흐름을 바꾸면서 73년 독일의 무명 시립무용단을 일약 세계적 무용단으로 키워낸 주인공. 그는 25∼28일 LG아트센터에서 포르투갈 리스본을 배경으로 한 무용극 '마주르카 포고'를 선보인다.
정갈하게 잘 빗어 넘긴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 동양적 친근감을 던지는 그는 98년 발표한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묻자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말을 아꼈다. 다만 "작품 제작 전 무용단과 함께 몇 주일을 포르투갈에 머물며 이곳 저곳을 여행하고 투우를 관람하며 받은 인상을 그대로 섞어 표현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로마, 팔레르모, 빈, 홍콩 등을 소재로 작품을 만든 그는 "처음엔 소녀의 호기심과 불안을 갖고 시작했지만 점차 도시 연작을 내면서 환상 가득한 모험 같은 느낌을 갖게 됐다"며 "2005년에는 한국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96년부터 이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 김나영(39)씨가 출연한다. 최근 개봉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 엔딩 부분에 공연 장면이 삽입돼 있기도 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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