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의 일부가 꽈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터지는 뇌동맥류는 '뇌 속의 시한폭탄' 이라 불릴 정도로 사망률이 높은 무서운 병이다. 최근 머리뼈(두개골)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하는 '코일색전술' 이 뇌동맥류 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일색전술이란 뇌동맥류의 꽈리 안에 백금코일(GDC: Gulielmi Detachable Coil)을 집어 넣어 폐색(閉塞)시키는 방법. 사타구니 부위 대퇴동맥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미세한 관을 삽입해 뇌동맥류까지 밀어넣은 다음 그 안에 백금 코일을 넣어 뇌동맥류 속으로 피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기존의 치료법은 CT나 MRI 혹은 뇌혈관조영술을 통해 뇌동맥류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 머리뼈를 열고 뇌막을 절개한 후 특수 클립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혈관의 목 부분을 묶어주는 수술이었다. 두개골을 열다 보니, 뇌나 뇌혈관에 상처를 주어 수술 후 후유증이 컸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전신마취에 따른 부담이 큰 수술이었다. 뇌 깊숙한 곳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70여건의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던 단국대 신경외과 김영준 교수는 "코일색전술은 부분 마취로, 수혈 없이도 가능해 수술에 의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적다. 또 입원기간도 기존 수술에 비해 짧고 의료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전신상태가 불량해 수술을 하기 힘든 경우, 뇌혈관이 오그라들거나 늘어난 경우, 뇌부종이 심한 경우 등에서는 특히 코일색전술이 효과적이다.
코일색전술은 1990년 미국 UCLA병원에서 처음 성공했으며, 9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뇌동맥류 치료에 GDC백금 코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 이후 전세계에 보급돼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2002년 국내에서는 전국적으로 61개 병원에서 675건이 시술됐다. 단국대 신경외과 김영준, 서울대 방사선과 한문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방사선과 김동익, 가톨릭대 성가병원 신경외과 백민우,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권양 교수 등이 활발하게 시술 중인 의사들이다.
2002년 10월 영국의학협회가 학술지 '랜싯'을 통해 발표한 '국제뇌동맥류치료시험' (ISAT) 결과는 이제까지 논란이 많았던 코일 색전술의 효과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 이 시술에 조심스러웠던 신경외과 방사선과의사들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고 있다.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의료계가 참가한 이 프로젝트에서 코일색전술과 결찰술 두가지 치료가 가능했던 환자 2,143명을 무작위로 분류해 치료 1년 후 환자 상태를 추적해 본 결과, 코일 색전술 치료군은 23.7%(801명 가운데 190명)가 사망 혹은 신체이상이 왔으나, 결찰술은 30.6%(793명 중 243명)이었다는 것.
현재 코일색전술은 전체 뇌동맥류 치료의 20%정도를 차지할 뿐, 기존의 결찰술이 뇌동맥류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뇌동맥류의 새로운 대안 치료법으로 점점 널리 시술될 전망이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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