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하게 고른 커피 원두를 이용해 나만의 커피를 브랜딩 하듯, 나만의 차를 만들어 갑니다."이영민씨는 자신의 직업을 바리스타 트레이너라고 소개한다. 바리스타란 커피의 맛을 가려내고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와인으로 말하면 소믈리에, 칵테일로는 바텐더와 같은 직업이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전문직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단다.
현재 GM대우의 레조를 소유하고 있는 이 씨의 자동차 튜닝 경력은 10년. 그동안 4번 차를 바꿨다. 이를 통해 터득한 이 씨의 튜닝 철학은 개성 있으면서도 실속 있는 차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전에 타던 차에 1,5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주행성능을 향상 시켜보기도 했지만, 국내 도로 사정상 출력과 속도 향상을 위한 무리한 파워튜닝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이 씨가 꾸며 온 레조는 겉 모습부터 독창적이다. 철물점에서 사온 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디자인해 장착했다는 라디에이터 그릴, 또 그 위에 앙증맞게 자리잡은 각종 안테나 등의 소품이 레조의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려주고 있다. 또 경주용과 레간자 블랙 앤 화이트 모델용 순정품을 개조해 장착한 에어로 파츠, 그리고 림폭 6.5인치 타이어와 알루미늄휠이 눈에 띈다. 이 씨가 가장 큰 돈을 투자한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페더스 제품의 스프링을 장착해 차체를 5㎝가량 낮추고 그 대신 서스펜션을 딱딱하게 튜닝했다. 미니밴에 세단의 서스펜션 감각을 담기 위해서다.
내부에는 최근 두 돌 된 딸과 아내를 위해 조수석 헤드 레스트 뒷 부분에 작은 액정TV를 설치했다. 또 잦은 출장이나 외근 중에도 무선 인터넷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인버터를 설치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사무실로 만들었다.
이 씨의 정성 속에 점점 더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검은색 레조를 둘러보면서,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커피를 브랜드하듯 자신의 차를 꾸며온 이 씨의 손길이 차 구석구석에 닿아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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