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항상 한국에 사는데 뭐가 불편하냐고 묻는다. 나는 생김새가 한국인과 비슷해 이질감이 별로 없는데다 한국 음식이나 사회 시설에 익숙해져 오히려 중국보다 한국에 있을 때 더 편한 경우가 많다.평소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다 가끔 의식하게 될 때는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할 때다.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증이 있지만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도서관이나 연구소의 자료를 이용하기 위해 아이디를 신청할 때는 반드시 주민등록번호가 있어야 하고 외국인 등록번호는 무용지물이다.
특히 불만스러울 때는 표를 예매하거나 인터넷에서 주문할 때다. 번번이 친구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쓰기가 번거로워 어느 날 구매담당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은행에서 현금 송금을 해도 살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그 쪽에서도 아주 아쉬운 목소리로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컴퓨터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해 안 된다고 했다. 상인들은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잡으려고 애쓰는데 나 같은 외국인은 왜 돈을 내도 살 수 없는지 억울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이라서 우대를 받을 때가 더 많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내국인보다 외국인 유학생들한테 친절하다. 예를 들어 방학에 중국의 집에 다녀올 때면 짐이 많아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야 되는데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몇 번이나 승차거부를 당했다. 혹시나 하고 일부러 말을 더듬더듬하며 외국인 티를 냈더니 100% 성공이었다. 기사 아저씨들은 태워주는 것은 물론 객지 생활이 힘들지 않느냐, 집 생각나 어떻게 하느냐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2월에도 공항에서 택시를 잡았는데 자꾸 말 못하는 척하는 것이 미안해 유창한 한국어로 행선지를 말했다. 운 좋게 승차거부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큰 가방을 차 뒤에 싣겠다고 하니 아저씨는 도와주지도 않고 표정 없이 머리만 끄덕였다. 무거운 가방을 힘겹게 혼자서 싣는데 아저씨는 "빨리 빨리 좀 하지"라고 역정을 내는 게 아닌가. 집 근처에 도착해서는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기다렸더니 "안 내리고 뭐 해? 영업 해야 되잖아"라고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닌가. 겁이 나 몇 백원 거스름 돈은 아예 포기하고 얼른 가방을 꺼내니 차는 쏜살같이 가버렸다. "어휴∼∼" 한숨을 내쉬며 "외국인 티 낼 걸 그랬네…."
왕샤오링 중국인 경희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