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중 3자 회담에 참석할 북미 대표단이 22일 잇따라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6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간 최고위급 대화이다.회담장으로 이용될 댜오위타이(釣魚台)에는 중국 외교부 인사들이 이날 밤 늦은 시간까지 부산히 움직였고 주변에는 공안 요원들이 철통 경비를 섰다. 푸잉(傅瑩) 외교부 아주국장 등 중국측은 이날 밤 북한 및 미국측과 각각 만나 회담 일정 등을 사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나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선을 그었다.
21일부터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는 조명록(趙明祿)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일행이 회담장인 댜오위타이 빈관에 묵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조 부위원장은 23일까지 체류할 것으로 알려져 3자회담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북·미·중 대표단과 조우할 수 있다. 그는 제임스 켈리 차관보 등을 직접 면담하지 않더라도 북한 수석대표인 리근(李根) 외무성 미주담당 부국장 등으로부터 시시각각 회담 결과를 보고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현재 북한대사관에 머무르고 있는 리 부국장도 회담 시작과 함께 댜오위타이로 숙소를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께 고려민항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한 북한 대표단은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무시한 채 굳은 얼굴로 바로 공항을 벗어났다. 켈리 차관보도 이날 오후 서우두 공항을 통해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국 대표단은 클라트 란트 주중 미국대사의 영접을 받은 뒤 바로 숙소인 중궈다판디엔(中國大飯店)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북미 양측 대표단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이번 회담은 그리 녹록치 않은 과정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의 선(先) 핵 포기 요구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가 맞서는 데다, 한국 일본의 참여 등 회담 확대 방안을 두고서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초기 논의의 핵심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종식을 어떻게 하면 검증할 수 있고 다시 뒤집을 수 없는 방식으로 이끌어내느냐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 북한에 어떤 유인책도 제공할 준비는 안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핵 문제에 관한한 우리의 입장은 미국과 직접 쌍무적으로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해 한국의 회담 참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외교부 실무과장을 베이징에 파견, 회담 기간 내 미국측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편 회담장과 대표단 숙소 주변에 모인 취재진은 물론 중국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마스크로 '완전 무장', 베이징을 강타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을 실감케 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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