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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펜타곤 메모가 암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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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펜타곤 메모가 암시하는 것

입력
200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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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3자회담이 진통 끝에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그런데 북한의 지도체제 축출을 언급한 미국 국방부의 메모가 부시 정부 내에서 회람됐다는 뉴욕타임스의 21일자 보도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메모의 회람이 미국이 회담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이뤄졌으나 부시 대통령이 회담참여를 결정한 만큼 이 파문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 내에는 아직도 김정일체제를 보는 시각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향후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현재와 같은 미국의 온건론적 분위기가 언제라도 뒤바뀔 가능성은 상존한다.

메모의 골자는 미국이 중국과 연대해 북한지도체제의 퇴진을 외교적으로 압박한다는 것이다. 이 메모는 파월 국무장관 등 온건파들이 이라크 전쟁 중에 마련한 북핵의 외교적 해결 방안에 반발하여 럼스펠드 국방장관 휘하의 강경파들이 만들어 돌린 것으로 여기엔 중앙정보국(CIA)까지 가세하고 있다. 북핵 대응을 놓고 미 정부 안에 심각한 대립구도가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 메모파문은 특히 럼스펠드를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가 언제라도 부시정책을 강성으로 뒤바꿀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만약 베이징회담에서 북한 핵 제거라는 소기의 성과가 무망해 보일 때 상황은 언제라도 돌변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불량국 정권은 언제라도 그들의 잣대로 뒤엎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이 그런 무력행사의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한미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함은 물론 북한이 '한계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설득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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