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전직 고위 세무공무원의 기업 취업 제한을 골자로 한 국세청 직업윤리 개혁방안을 국세청 세정혁신추진위원회에 제안, 파장이 예상된다.국세청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대기업의 사외이사 등으로 취업, 국세청에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관행에 참여연대가 제동을 건 것이다. 퇴직 간부의 재취업에 대한 논의가 국세청에서 본격적으로 점화되면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부처 출신들의 재취업 윤리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의 국세청 퇴직간부 직업윤리 가이드라인
참여연대는 22일 "징세권과 세무조사권 등을 가진 국세청의 퇴직 간부들이 민간기업에 진출, 기업을 비호하는 사례가 적지않다"며 퇴직 간부가 취업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 규정 기업 및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한 전직 세무공무원의 국세청 출입 제한 국세청장의 퇴직 간부 취업 현황 파악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세정혁신추진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과거라면 이 같은 제안은 시민단체의 일방 주장으로 그쳤겠지만, 참여연대의 박원순 변호사와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이 국세청 세정혁신추진위 공동위원장 및 위원으로 각각 참여하고 있고, 이용섭 국세청장도 과감한 세정개혁을 선언, 채택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이문영 간사는 "국세청 퇴직 간부가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기업은 이들의 '세무 로비' 여부와 상관없이 국세청에게 큰 부담"이라며 "이로 인해 국세청이 엄정한 세무행정을 펼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연매출 300억원, 자본금 150억원 이상의 영리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조항이 있지만 퇴직 세무공무원에게는 보다 엄격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참여연대측 주장이다.
국세청 퇴직간부의 취업 실태
국세청의 핵심 요직인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 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뒤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인물은 줄잡아 10여명. 전직 서울청장으로는 황재성(삼성전자), 박경상(삼성전기), 김종창(기아자동차)씨 등이 대표적이다. 중부청장을 지낸 최용관씨는 SK글로벌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부산청장 출신인 이제홍(삼성화재), 대구청장 출신인 최병윤(삼성SDI), 박래훈(삼성중공업), 서상주(삼성물산)씨, 대전청장을 지낸 오문희(삼성생명), 이영우(한진해운), 황원오(한국타이어)씨, 광주청장 출신으로 현직 세무사협회장인 임향순(한솔제지)씨 등이 대기업의 사외이사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중견기업까지 포함하면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는 100명 이상"이라며 "세무조사를 했던 기업체에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A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거액의 추징금 납부를 통보받은 직후 지방국세청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방국세청장 출신은 기업 매각 과정에서 부과된 세금 경감을 위해 국세심판원에 소송을 제기한 B사에 사외이사로 스카우트되기도 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세청 퇴직 간부들의 기업체 취업을 완전히 막아서는 안되겠지만 기업체 진출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취업 이후 국세청 로비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 취업을 제한할 경우 퇴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적지않을 것이고, 국세청 사무실 출입제한 조치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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