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얘깃거리가 많아졌다. 예산에서 일어난 사건, 서울시립미술관의 학예 직원의 부당 해고,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체능에 대한 시각 등등. 무식, 무지, 마녀사냥, 고식적 관료주의 따위로 묶어 말할 수 있는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이쯤 되면 분노나 한탄보다는 절망과 한숨이 먼저 나온다. 이럴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시스템이 붕괴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왜 그럴까, 왜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일까? 불가사의한 일이다.
어쨌든 교육부의 놀랍고 탁월한 발상의 진원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내신을 위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예체능을 점수화하지 않겠다는 방안에 나는 절대 찬성이다. 그 과목은 본질적으로 점수화할 수 없는 과목이니까. 사실 교육에 있어서 점수화란 근본적으로 편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미술 같은 과목은 도대체 점수화한다는 게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나는 교육부의 이 정책을 지지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 음악, 체육 뿐만 아니라 영어, 수학, 국어, 물리, 화학, 사회 등등으로. 내신 성적과 그에 따른 사교육이 문제라면 예체능이 아니라 다른 과목들이 진짜 원흉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내신 성적을 위해 미술, 음악, 체육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강북에서 근무하는 한 중학교 선생님은 자신이 있는 학교에서는 그런 학생은 잘 해야 한 반에 한두 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은 강남이 문제일 거라고 주장한다. 하하하, 웃음이 나온다. 그야말로 정책을 위한 정책, 눈 가리고 아웅하는 조삼모사라는 말 그대로이다.
그나마 숨은 붙어있는 전인교육으로서의 예체능교육을 이 정책이 아예 고사시키지나 않을까?
아니다. 비난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고쳐먹자. 교육부가 정말 드물게 훌륭한 정책을 내놓았다고 생각하자. 예체능에서 시작해서 다른 과목도 점수화하지 않겠다는 놀라운 복안이 있다고 믿자. 그리고 나아가 이 나라 파행 교육의 원흉인 대학 입시가 환골탈태하리라고 믿자.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이 가능하겠는가?
/강홍구·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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