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강원 평창군)는 이제 유명한 절이 됐다. 원래 산 위의 적멸보궁(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절)을 보필하고 스님들이 수양을 하는 선원 격의 절이었다. 비록 비포장이지만 버스가 드나들 만큼 길이 넓어지고, 적멸보궁으로 기도를 가는 불자들이 늘어나면서 상원사의 규모도 커졌다. 중건불사로 고색창연했던 옛 정취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계곡을 지킨다.상원사에서 중대 사자암으로 오르다보면 왼쪽으로 좁은 길이 하나 나있다. 서대 염불암으로 가는 길이다. 약 40분 정도 오르면 작은 암자 염불암이다. 그 옆으로 암자의 규모만큼 작은 샘이 있다. 우통수(于筒水)이다.
작지만 의미가 큰 샘이다. 신라시대에 이 샘물을 부처님께 올렸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 된 샘이다. 과거 한강의 발원지로 여겨졌다. 중종 25년(1630년)에 증편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오대산 서대에서 나오는 샘물이 조선 제일의 물이자 한강의 근원…'이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한강의 발원지는 아니다.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현지 조사를 한 결과 우통수가 아닌 태백시의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라고 결론이 났다.
물리적으로 발원지는 아니라고 해도 우통수는 물을 귀하게 여기는 정신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통수의 물은 평가가 달랐다. 물의 비중이 높아 무겁다. 그래서 다른 물과 섞이지 않는다고 했다. 오대산 계곡을 따라 내려와 서울의 한강에 이르도록 다른 물과는 다른 빛으로 흘렀다. 강의 가장 깊은 곳을 따라 흘러 '한중수(漢中水)'라고도 불렸다. 한강물을 마셨던 시절, 배를 타고 가장 깊은 곳에 나가 긷는 한중수는 강가에서 대충 퍼올린 물보다 값이 3배나 비쌌다고 한다.
오대산 적멸보궁이 위치한 이 산자락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이 땅의 승려들이 이 명당 덕분에 밥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이 산자락의 명수, 우통수는 오랫동안 백성들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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