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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갈등으로 갈라지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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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갈등으로 갈라지는 교단

입력
200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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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떠밀려 무너져 내릴 위기의 공교육이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으로 대란(大亂)을 빚을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초·중·고 교장단은 전교조를 반인륜· 반교육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교육현장에서의 비교육적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전국 교장단 결의대회를 열고 거리투쟁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교장단을 타파해야 할 보수수구세력으로 폄하하면서 전교조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한 강경투쟁을 선언하여 결국 새우등만 터질 고래싸움의 시작이 예고되었다.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성차별 논란과 그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로 불거진 교직사회의 갈등으로 교단이 거리로 내팽개쳐지고 머리띠를 두른 교육주체들이 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험한 씨름을 한판 벌일 태세이다.

현재 교육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또한 신뢰와 기대를 갖고 학교교육에 자식을 위임한 학부모인 나로서는 이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불안한 마음이다. 교육공동체가 흔들리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은 이 시점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학교교육의 미래를 걱정해도 부족할 판에 기세싸움이라니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교육담당자로서 지난 과거에 대한 자기성찰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에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며 네 탓만을 외쳐대는 험한 모습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시선은 차갑고 따갑다. 씨름이 끝날 때까지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할 아이들, 싸움으로 입은 상처의 고통 또한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밖에 없는 어린 학생들이 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참교육과 아이들을 위한 바른 교육을 얘기하면서 실은 서로를 비난하고 반목하는 모습으로 비교육적 행태를 보인다면 누가 그런 교육주체들에게 자식을 맡기고 싶겠는가. 교육자이기 이전에 스스로 민주시민으로서 생각하지 못하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민주교육과 인성교육을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자기와 자기집단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타인이나 공동체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찌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라는 공동체적 놀이규칙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몸짓 하나 하나가 어린 학생들에게는 교육 그 자체임을 잘 아는 선생님으로서 과연 학생들의 전범(典範)이자 사표(師表)가 될 수 있겠는가.

얽힌 실타래를 푸는 최선의 방법이자 가장 어려운 길은 선생님들이 동료의식을 갖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도 공무원이지만 다른 공무원과는 달리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의 집단이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는 모두 똑같은 스승이자 선생님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평교사는 학교장이나 선배교사로부터는 동료교사로서의 대접을 받아야 하고 평교사는 교육현장의 선배이자 학교의 어른으로서 학교장이나 선배교사를 존중해야 한다. 위아래의 상하로 구별되는 교사가 아니라, 남녀로 차별되는 교사가 아니라 모두 똑같은 동료이자 선생님이라는 의식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야만 한다.

작금의 교단의 황폐화는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를 동료가 아니라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이를 극복해야 교사들의 자존심과 사기, 스승으로서의 권위가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이 서로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 교육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않는 한, 그리고 동료의식을 갖지 않는 한 학교교육의 미래는 없다. 교육의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이 정면대결의 사태를 선생님들의 양심과 지혜와 대화로 풀지 못한다면 당장 그 교육결손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선생님들에게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면 참을 수 없는 폭력이자 체벌이지만 학원 선생의 몽둥이는 사랑의 채찍으로 여기는 학부모의 머리 속에서 공교육의 간판이 내려지고 그 자리에 사교육이 점점 더 크게 자리잡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 태 훈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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