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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北美간 거리, 中이 좁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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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北美간 거리, 中이 좁혀야

입력
200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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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3자회담은 미국이 주장한 다자 방식과 북한이 주장한 양자 방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형식이 됐다. 형식은 미국의 주장대로, 내용은 북한의 주장대로 이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회담 시작'이라는 명분으로 북한 핵개발 작업을 일단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에 3자회담은 체면상 감정으로 볼 때 최선은 아니지만 현실상의 긴박함을 고려해 볼 때는 차선의 수준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의 결과에 따라 멈췄던 시간은 다시 진행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3자 모두가 성의있고 진솔한 자세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가식없이 노력하는 것이다.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은 회담의 성공적 결과를 도출하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됐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어 중국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 보다 크다.

미국이 북한을 이라크와 다르다고 평가하는 이면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대국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군사동맹 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중국을 제치고 북한을 군사· 경제적으로 제재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럴 수 있는 여지도 낮아 보인다.

따라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감정과 현실적 수단을 활용하여 북한을 설득하는 것을 미국이 하나의 대안으로 채택한 것일 수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사람마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질 경우 언젠가는 자국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대 북한 시각은 미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체제에 대한 적대적 이질감이 없을 뿐더러 북한이 서방 군사력의 충격을 완충하는 지리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존재다. 미국이 북한 핵 그 자체를 위험한 것으로 보는 반면, 중국은 북한 핵 그 자체보다는 북한 핵 개발로 인해 일본 한국 대만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같은 대상 같은 문제에 대한 이 같은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두 대국이 북한의 핵개발이 자기들에게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대단히 크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계속 경제발전을 추진해야 하고 특히 올림픽을 비롯한 큰 국제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이것은 지역안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할 것이다.

중국이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군사전략적 이익보다도 북한 핵개발로 인해 군사적 충돌이든, 경제적 제재든 북한에서 파생되는 결과를 떠맡게 될 때의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3자 회담에서 중국은 중개자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역할을 어떻게 해내는 가에 따라 자국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 보상이 없다고 한 마당에, 그리고 북한이 보상이 없는 한 해결이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그 공백을 중국이 메워나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임무는 한국과 일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냄으로써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중국이 대북경제제재에 참여하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적극성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적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회담의 박력을 줄 수 있는 힘을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쪼록 3자 회담이 누구도 거부감이 없는 장소에서 열리는 차제에 중국이 외교력을 십분 발휘해 주길 바랄 뿐이다.

조 명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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