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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싸움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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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싸움의 이면

입력
2003.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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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당쟁사에서 가장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인 두 파당을 꼽으라면 단연 서인과 남인을 꼽을 수 있다.당시 서인의 영수는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남인의 지도자는 미수(眉) 허목(許穆)이었다. 어느 해 우암이 병이 들었는데 여러 의원에게 보이고 약을 지어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우암은 아들을 불러 "미수가 약을 잘 짓는다고 하니 내 병세를 이야기하고 약방문을 받아 오라"고 했다. 미수는 우암의 아들에게서 병세에 대해 듣더니 별 말 없이 약방문을 써서 내주는 것이었다. 미수의 집에서 나온 아들은 약방문에 비상(砒霜)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상은 극약 중의 극약으로 소량으로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약제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드실 약에 어떻게 비상을 쓰겠느냐고, 약방문을 찢어버리려 했다. 우암이 아들을 말리면서 "내가 소시적에 약으로 오줌을 먹은 적이 있는데 오줌을 먹은 사람의 약에는 비상을 섞어 쓰는 법"이라고, 어서 약을 지어오라고 했다.

아들이 지어온 약을 먹은 우암은 쾌차하여 다시 싸움에 나섰다. 사람들은 "비상이 든 약방문을 써준 미수나, 그 약을 쾌히 지어먹은 우암이나 어찌 보통 사람이겠는가"라고 고개를 흔들었다.<출전 미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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