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엇박자가 있는 것 같다. 새 정부의 경험부족에서 생긴 엇박자라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앞으로 지속되거나 오히려 확대될 수 있고, 그래서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성격의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두 달도 안된 정권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는 청와대측의 반응은 너무 안이하다.불안해 보이는 경제정책의 엇박자 세 마당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당은 개혁 정책과 보수안정 정책간 엇박자이다. 개혁과 안정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안정 속의 개혁과 개혁 속의 안정을 이루어 나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비안정적 개혁론과 비개혁적 안정정책의 마찰과 경직성이다. 인수위 시절의 개혁 페이스가 조각 후에 안정 페이스로 갔다가 다시 개혁론의 반격이 나타나는 가운데 추경예산 편성론과 같은 매크로 경기정책이 거론되고 있다면, 실제 재계의 체감적 불확실성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칼을 내밀었다가 환자가 못 견디면 재정금융적 모르핀 주사로 바뀌는 냉온탕 현상을 이번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현정부의 개혁 정책과 안정 정책간의 어느 한쪽 주도권보다는 양자간의 유연성과 성숙성의 회복에 달려있는 것 같다. 현 정부는 DJ정부가 개혁의지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개혁의 전략성 부족에서 고전했다는 교훈을 챙겨야 할 것이다.
둘째 마당은 매크로 정책과 마이크로 정책간 엇박자이다. 일부에서는 현 경제팀을 '모피아 정권'이라고 한다.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재경부로 통합된 후 생긴 모피아란 이름의 정책집단은 부총리제로 승격되었고, 이번 조각과정에서 다시 위력을 발휘하여 한국 경제정책의 거의 모든 영역의 문고리를 장악하게 되었다. 최근 일본에서 대장성이 크게 축소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는 마이크로 정책 위주로 나가야 하고, 마이크로 정책부서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하는 판국인데 그 반대로 가버린 것이다. 청와대 총리실 금감위 산자부 등이 실질적으로 모피아의 '지사화' 했다거나, 경제장관회의나 차관회의가 모피아OB회 같다는 지적이 나와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필자가 과거 산자부에 있을 때 청와대의 산업비서관까지 재경부 출신이어서 산업정책을 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런 정도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재경부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장하성 교수가 금감위는 사실상 재경부의 지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재경부의 중간간부들이 반론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한 엘리트라면 부처이기주의를 대변해서는 안된다.
그런가 하면 막상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 실물부서는 더욱 위축된 영토에서 서로 신성장동력산업을 추구하느라 중복과 혼란과 낭비가 가중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중의 엇박자라고 할까. 필자는 한국 관료의 능력은 우수하지만 그 능력의 반 가까이는 다른 부처와의 마찰에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럴해저드 못지않게 심각한 시스템해저드를 신정부는 빨리 해소해야 한다.
셋째 마당은 주주자본주의적 방향정립과 노동권강화 정책간 엇박자이다. 참여정부는 결국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 hold capitalism)가 아니라 주주자본주의(share hold capitalism)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고 그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위해 노동쪽에 힘을 실어주기에 적극적이다. 두산중공업 노사분규를 노정관계로 풀고 철도파업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민영화 방침을 후퇴시킨 데서 그것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동정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에 따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엇박자를 이루는데 있다.
참여정부의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엇박자 세 마당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핵심 화두는 총체적 유연성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김 영 호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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