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를 지나 3㎓ 시대로.PC는 지금 두뇌 전쟁 중이다.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PC 성능의 척도는 컴퓨터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 속도다. 세계 시장의 85%를 석권하는 CPU 전문기업 인텔과 AMD간의 '더 빠르고 강력한' CPU 성능 경쟁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인텔이 3㎓대 펜티엄4 CPU와 무선 노트북PC용 '센트리노' 기술을 내놓고 이 분야의 '1위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AMD는 '모바일 애슬론' CPU에 이어 '옵테론' 64비트 CPU를 내놓을 준비를 마치고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CPU 원조기업 인텔
1974년 최초의 PC용 8비트 CPU '8080'을 시작으로 8088, 80286, 80386, 80486, 펜티엄 CPU 등을 개발한 인텔은 명실상부한 업계 최고의 기업이다. 연간 매출액 32조원(268억달러), 시장 점유율 50%라는 수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3㎓대 CPU인 '펜티엄4 3.06㎓'를 내놓은 인텔은 데스크톱PC보다 무선인터넷 기반의 노트북PC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지난달 '센트리노' 무선 노트북 기술을 내놨다. 고성능 '배니어스' CPU와 무선 랜 장치, 기능제어 칩셋 등 PC의 필수 부품 3가지를 하나로 묶은 센트리노는 최대 6시간을 버티는 배터리 성능과 편리한 무선랜 기능으로 노트북PC 기술을 평정하려는 인텔의 야심작이다.
최근 AMD가 기존의 32비트 CPU를 대신할 64비트 CPU 출시를 선언하자 인텔은 400㎒대의 초고속 메모리를 사용한 3㎓ CPU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어 출시가 중단되는 악재를 만나 1위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출어람, AMD
90년대만 해도 AMD는 인텔 호환 CPU를 생산하는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처럼 오랜 독주(獨走)로 방심한 인텔의 허를 찌르고 2000년 사상 처음으로 1㎓ 벽을 돌파한 '애슬론' CPU를 내놓은 이후부터는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AMD는 최근 인텔의 센트리노에 맞서 '모바일 애슬론' CPU를 내놓고 첨단 저전력 기술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텔의 노트북PC 시장 선점 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는 24일에는 최초의 32·64비트 겸용 CPU 옵테론(Opteron)을 내놓고 인텔과 '업계 최고' 타이틀을 내건 일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미 인텔이 '아이태니엄'이라는 64비트 CPU를 지난해 발표했지만 32비트 중심의 기존 환경에서는 별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옵테론은 32비트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10여년간 32비트에 머물러온 PC 역사의 새장을 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속도는 인텔, 경제성은 AMD
손톱만한 작은 공간에 수천만개의 트랜지스터를 몰아넣고 1초에 수십억 번씩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 것이 CPU의 원리다. 초미세, 초고속의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기·전자공학 및 재료공학의 첨단 기술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인텔은 AMD 보다 한 발 앞서있어 속도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
반면 AMD는 실용적인 제품 개발에 일가견이 있다. 독자 기술을 내세우는 인텔과 달리 AMD는 기존의 기술 표준을 꾸준히 따르는 방식으로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두 회사의 CPU 전쟁이 가열될수록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고 뛰어난 성능의 PC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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