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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핀치(위기)는 초청하지 않아도 오지만 찬스는 붙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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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의 야구 불문율]"핀치(위기)는 초청하지 않아도 오지만 찬스는 붙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입력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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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내 지인으로부터 국내프로야구의 현실을 빗댄 재미있는 얘기 하나를 들었다. 일본에 있다보니 국내물정이 어두울수밖에 없어 귀를 쫑긋세웠다. 뜬금없이 "'냄비속의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아느냐"고 물었다. 물론 알 턱이 없었다. 선문답을 주고받다가 자못 심각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그래뉴에이(Grenouille)'는 프랑스의 유명한 개구리요리인데 개구리 삶는 방법이 특이하다"는 것이었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바로 집어넣으면 뛰쳐나오기 때문에 요리사가 애를 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미지근한 물에 집어넣어 개구리를 안심시킨후 서서히 불을 달궈 삶는 방법이었다. 수온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개구리는 따뜻한 물속에서 여유있게 헤엄치다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죽는다. 개구리가 뜨겁다고 느껴 행동을 취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어 온 신경이 마비되고 만다는 것이다.

얘기를 다 듣고 난후 내가 "'냄비속의 개구리'가 프로야구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되물었다. "요즘 프로야구 돌아가는 꼴이 냄비속의 개구리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는 대답을 듣고서야 감이 잡혔다.

올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보름 남짓됐는데 연패를 밥먹듯 하는 팀들 때문에 관중이 지난해에 비해 20%이상 줄어 프로야구관계자들이 울상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1982년 출범이후 국내 프로스포츠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 프로야구가 '냄비속의 개구리'처럼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한창 잘 나갈 때 관중수가 540만명(연간)에 달한 적도 있다. 불과 8년전의 일이다. 채 10년도 못돼 관중석이 텅 비었다는 게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뜨거운 물속에 들어갔다가 뛰쳐나오는 개구리와 같은 처지였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역시절 '핀치(위기)는 초청하지 않아도 오지만 찬스는 붙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 불운이나 핀치는 도망가려고 해도 쫓아 오지만 기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잡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탕'이 '열탕'으로 변하는지 모르고 '온탕'에 안주해온 프로야구가 위기에 몰려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생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냄비속의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온 신경이 마비되기전에 행동을 취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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