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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의 대중문화 보기]그들만의 "연예인 토크쇼"

입력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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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가 최수완(23·이화여대 대학원 국문학과)씨가 쓰는 '스와니의 대중문화 보기'가 방송모니터 맹숙영씨의 '맹여사의 TV보기'와 번갈아 가며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원작자인 최씨는 특유의 엽기발랄한 글솜씨로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신세대의 시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몇 해 전만 해도 난 드라마나 영화보다 토크쇼를 더 재미있게 보곤 했다. 언젠가 토크쇼에 나온 (유)지태 오라버니를 보며 "저 분이 말도 하는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그가 벌떡 일어나서 돌다가 쓰러지는 모습까지 봤으니 그 어떤 영화보다 재미있지 않았겠는가. 화려한 동작은 아니었지만 쓰러진 후에 진지하게 상황을 수습하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요즘 토크쇼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는다.

토크쇼에 출연하는 스타들은 시청자가 웃을 수만 있다면, 누구의 험담이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들 대부분은 자기 주변의 인물을 웃음의 희생양으로 삼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웃음을 위해서라면 목이 짧다거나 턱이 각진 것 등 신체적 특징도 언제든 안주로 삼는다. 턱이 사각인 게 문제라면 "턱이 사다리꼴인 사람은 어떻게 사나요?"라고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스타들이 흥미 위주의 얘기만 해도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진행될 때, 시청자는 철저하게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우선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널과 MC들만 신나게 떠드는 듯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서로 친분이 있는 경우 "다이어트 하느라 아침마다 뛰다가 살은 안 빠지고 다리에 알만 배겼죠" 하는 식의 얘기가 충분히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현관에 있는 신발장 색깔까지도 서로 아는 사이라면 뭐든 재미있을 테니까.

하지만 시청자가 토크쇼에 출연한 스타의 이름과 얼굴 정도만 아는 경우 대사보다 웃음이 더 길어지더라도 그들의 웃음이 멈추길 마냥 기다리며 TV를 봐야 할 때가 있다. 남의 집도 아닌 자신의 집 안방에서 무슨 이유로 그런 소외감을 느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뿐만 아니라 토크쇼에서 스타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그것이 여러 가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인 의견이라 해도 어떤 경우에나 일반화할 수 있는 듯 단정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MC도 덩달아 "정말 그렇군요" "대단하세요" "지금까지 왜 그걸 몰랐을까요" 등을 남발하며 초대한 스타를 지나치게 치켜세우곤 한다. 정말 이럴 때엔 단정적으로 사견을 설파하는 출연자보다 MC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 그리고 MC에 의해 갑자기 위대해진 그 스타 앞에서 시청자는 '우매한' 대중이 되어 머리라도 조아려야 하는 느낌이다. 마치 누구나 출연자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아야 할 듯한 토크쇼의 분위기는 부흥회를 보고 있는 듯한 생각까지 들게 한다.

갈수록 정통 토크쇼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오락성이 강조되는 덕분에 요즘 토크쇼가 더 많은 웃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토크쇼를 보고 나서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은 평소보다 더욱 꾸며진 스타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일까.

/최수완·인터넷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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